(토마토칼럼)홀대받는 효자, 게임산업
2026-10-30 06:00:00 ㅣ 2026-10-30 06:00:00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산업 가운데 게임만큼 억울한 처지에 놓인 분야도 드물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받는 대접은 그 성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실제로 올해 콘텐츠산업 관련 정부 예산 가운데 게임 분야 예산은 약 1123억원으로 전체 6.9%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게임산업 수출액은 비록 2024년 기준이긴 해도 국내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에서 6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정부 예산 비중과 수출 비중을 단순 비교해,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산업 간 지원 방식과 정책 목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수출 기여도와 산업 전반의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는 효자 산업이라 치켜세울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따가운 시선과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게임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효자라면 그에 응당한 대접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유독 게임산업만큼은 이 같은 순리에서 벗어나 있다.
 
게임산업을 홀대하는 인식 기저에는 오랜 기간 게임을 낮잡아 보는 낡은 사회적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시간 낭비하는 오락거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 게이머들을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심할 경우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사례 사람들 정도로 치부하는 편견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 같은 편향된 시각이 게임산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그래픽, 사운드, 문화, 기획력, 창의력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종합 콘텐츠산업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의 발전과도 맞닿아 있어 미래 성장 가능성도 크다. 수많은 전문 인력이 참여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세계 시장에 판매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물론, 세계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국가의 문화적 영향력을 넓히는 역할도 담당한다. 게임산업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이 같은 막대한 경제·문화적 가치를 외면하는 일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주요 게임업체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게임산업의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매년 그렇듯 국감에서 게임업계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해외 게임사의 국내 시장 영향력, 산업 경쟁력 강화, 규제 개선 등 논의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정작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국감이 모든 산업 관계자를 소집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콘텐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산업이 주요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은 분명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게임산업에 산적한 심각한 문제들도 많다. 과도한 게임 이용에 따른 문제, 청소년 보호,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이용자 권익 침해 등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또 게임업체들의 불공정한 관행, 개발자의 열악한 근로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과 산업의 가치는 별개 문제이며, 때문에 비판과 홀대 역시 구분돼야 한다.
 
게임산업을 제대로 대우한다는 것은 무조건적 지원이나 규제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산업의 성과와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문제는 개선하되 성장 가능성은 키울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에 기여할 때는 효자라 치켜세우면서 정작 성장의 기회를 외면하는 게임산업의 뿌리 깊은 모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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