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2한류 돌풍)"과몰입, 셧다운제가 유일 대책 아니다"
(게임특집)⑥동아시아국가들 "과몰입 방지효과 미미"
"패키지나 해외게임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피로도 시스템 등 합리적 대안 모색해야"
2011-03-31 10:00:00 2011-03-31 10:00:00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베트남 현지시각 16일 저녁 10시 하노이의 PC방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이후 밤 11시가 되면서 PC방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온라인 게임 서버도 차단됐다.
 
베트남 정부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밤 11시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셧다운제도’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이 끝나고 온라인 게임 서버가 닫혔지만,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PC방도 눈에 띄었다.
 
문은 닫혀 있지만 안에서는 불을 켜고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문을 닫고 불이 꺼진 PC방도 대부분이 영업 중이었다.
 
손님이 문을 두드리자, 문을 열어줬다가 다시 닫아버리는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베트남 청소년들은 여전히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이다.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나가는 한 젊은이에게 온라인 게임을 했냐고 물어보자 “‘에이지오브엠파이어’, ‘스타크래프트’ 같은 패키지 게임을 즐겨한다”고 대답했다.
 
실제 베트남 PC방 컴퓨터 배경화면에는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GTA’, ‘레프트4데드’ 등 많은 패키지 게임들이 깔려 있었다.
 
또 해외 게임 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긴 사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베트남 가정주부는 “새벽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가면, 문이 닫혀진 PC방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셧다운제가 시행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밤에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이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패키지 게임이나 해외 게임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 게임 과몰입 방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이 베트남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규정을 어기고 청소년들이 심야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PC방 숫자가 많고 심야 시간이라 불법 영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라인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츄 반 호아 부국장은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교 교육과 PC방, 게임 사업자들의 협조가 있어야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도가 게임 과몰입을 막지 못하는 것은 베트남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태국에서는 지난 2003년 청소년에 대한 셧다운제도를 시행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졌다.
 
태국 게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셧다운제도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의 ID를 도용하면서 셧다운제도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며 “규정은 금방 사문화됐고, 태국 군사 쿠테타가 발생하면서 담당자들도 대부분 자리를 옮겨 정부 쪽에서도 이 제도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태국 현지 전문가는 “당시 태국이 셧다운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던 것은 게임 과몰입 문제도 있었지만, 당시 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을 한국 게임인 ‘라그나로크’가 독점하면서 여기에 제동을 걸려던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셧다운제도는 사라졌지만, 2004년부터 유아•청소년 정신건강 담당기관에서 청소년 게임 과몰입 치료를 담당해왔다.
 
청소년 정신건강 기관의 타위신 비사누요딘 박사는 “게임 중독은 의존성이기 때문에 1회성 정책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세대고, 소속 공동체나 가족 사이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교육으로 스스로가 게임 중독의 피해를 알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만 게임 중독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과몰입 문제는 중국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중국 게임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 초창기 중국은 게임의 트래픽 숫자가 하루 종일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낮, 밤을 가리지 않고 게임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셧다운제도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셧다운제도는 ID도용 등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은 온라인 게임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몰입이 심한 온라인RPG의 경우 3시간 이상을 할 경우 게임속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고, 5시간 이상 할 경우 보상을 없애 이용자 스스로가 게임을 그만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중국 게임 관계자는 “피로도 시스템 이후 게임 과몰입 문제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이 셧다운제도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다른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여가부가 셧다운제도를 실행하고 규제 대상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 태국, 베트남보다 인터넷 인프라와 PC성능이 앞서고 있어, 셧다운제도의 효과는 해외보다 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고 국내 IT산업의 발목을 잡는 셧다운제도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실제적으로 게임 과몰입을 줄이고 게임 산업까지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끝>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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