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르포)STX다롄, 뻘밭에 일군 세계최대 조선소
2011-05-01 10:00:00 2011-06-15 18:56:52
[다롄=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전진하는 자는 성을 쌓지 않는다." 이것은 칭기스칸의 정신인 동시에 STX의 정신이다. STX가 중국 다롄에서 세계 조선소 건설사에서 최단기 종합해양단지를 건설한 저력은 무엇인가? 중국인들이 STX를 ‘功巨企業’(공거기업: 거대한 업적을 이룬 기업) 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중국 다롄의 조선소에서 찾아봤다.[편집자 주]
 
인천공항을 이륙한지 1시간10분 남짓. 희뿌연 안개 사이를 뚫고 대규모 회색빛 공동주택의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그곳, 중국 다롄 땅에 도착했다.
 
다롄 공항에서 다시 버스로 2시간을 달리자 초대형 크레인과  대형 컨테이너선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총면적 550만㎡(170만평)의 세계 최대규모의  STX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기지에 도착한 것이다.
 
◇ 원가 경쟁력 난관..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다
 
"여기가 갯벌이었다고요? 정말 상전벽해가 따로 없군요." 중국 다롄시 장흥도 소재의 STX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기지(이하 조선기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550만㎡의 갯벌이 불과 1년반만에 9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460미터의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제작시설, 5km에 달하는 안벽 등 초대형 조선기지로 다시 태어난 것은 세계 조선소 건설사에서도 최단기 건설공사로 꼽힌다.
 
 ◇ 중국 다롄시 장흥도에 위치한 STX다롄 조선기지. 총면적 550만㎡(170만평)로  세계 최대 규모다.
 
다롄에 조선해양종합생산기지를 설립하기 전, STX(011810)는 조선소 부지 확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미 생산력 포화상태인 진해 조선소의 확장도 여의치 않았고 부지를 찾아 남해안 곳곳 뒤졌지만 흡족한 부지를 찾을 수 없었다. 국내의 비싼 땅값도 문제였지만 중국의 최대 8~9배, 경쟁국인 일본보다 높은 국내 인건비가 장애물이었다.
 
당시 한국 조선소의 1인당 인건비는 2007년 당시 연간 4만4000~5만4000달러 수준으로 일본보다 높았다. 10년 전 한국 조선소의 시간당 인건비는 일본의 43%, 독일의 32%에 머물렀지만 당시 이미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강덕수 회장의 '과감한 도전'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과감하게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 경쟁 조선소들을 이기려면 국내에서보다 중국에서 동등한 조건 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해야 한다"는게 강 회장의 고심 끝 결론이었다.
 
조선소 부지 후보지가 칭다오와 다롄 두 곳으로 좁혀졌을 당시 랴오닝성 당서기였던 리커창이 한국을 방문해 다롄으로 결정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랴오닝성이 적극적이었다.
 
다롄은 조선업 연관 산업이 발달한 동북 3성을 배후에 두고 있었다는 점, 랴오닝성 무순에 STX의 엔진 부품 공장이 이미 진출해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랴오닝성 성 정부에서 면전 255㎢규모의 장흥도를 임해공단으로 개발하고 있어 대단위 부지 확보가 가능했다.
 
더욱이 라오닝성은 기업의 신조(新造)조선소 건설을 예외적으로 허가해 줄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과의 합작이 아니라도 100% 단독투자를 허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에 조선소 부지 조성과 진입 도로를 건설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STX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STX다롄 조선기지는 현재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고 벌크선, 자동차운반선, 탱커선, 중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범용 선박 중심의 건조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한창 선박건조가 진행 중인 STX다롄 조선기지.
 
◇ STX다롄, STX그룹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핵심 '도약' 
 
다롄으로 조선기지의 부지선정이 확정되자 STX의 속도경영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07년 3월 기공식, 2008년 4월 스틸 커팅(Steel Cutting, 선박 생산을 위한 강제 절단), 2008년 12월 1단지 중공 완료 및 1호 선박 진수 등 모두 세계 최고의 속도로 진행됐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STX다롄 조선기지 공사 일정에도 불구하고 강덕수 회장의 손길과 눈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주조, 단조 등 기초 소재 가공에서 엔진 조립, 블록 제작까지 선박 건조를 위한 일관 조선소 레이아웃까지 또 영빈관 등 세부 시설의 위치와 디자인도 일일히 직접 챙겼다.
 
이제 총면적 550만㎡(170만평) 규모의 STX다롄 조선기지는 STX 유럽과 더불어 STX그룹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핵심축으로 충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다롄 조선기지는 선박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이 한 곳에 집중해 있는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고 벌크선, 자동차운반선, 탱커선, 중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범용 선박 중심의 건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STX다롄, 홍콩 증시 상장 앞둬 
 
STX그룹은 최근 관계사간 지분 양수도를 통해 중국의 STX다롄투자가 ▲ STX다롄조선 ▲ STX다롄중공유한공사 ▲ STX다롄해양중공유한공사 등 3개사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했다.
 
이는 홍콩증시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STX다롄투자의 지분은 지주회사 형태인 CSH라는 페이퍼컴퍼니가 다시 보유하게 된다.
 
STX그룹 관계자는 "중국에 설립한 3개사를 홍콩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자금 확보와 경영투명성 제고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brick78@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