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초점)루비콘 앞에선 이탈리아, 다음은 프랑스?
2011-11-11 13:38:04 2011-11-11 13:39:32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이탈리아 위기가 한층 진정됐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루비콘 강 앞에 선 이탈리아에 주목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직매입과 50억유로 규모의 1년물 국채 입찰 성공에 힘입어 7%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탈리아 위기감에 익스포저가 큰 프랑스 은행권과 함께 스페인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들 국가의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간 스프레드가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것.
 
이탈리아의 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강화를 이끌어줄 리더십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탈리아가 루비콘 강 앞에서 좌절해 주저앉을 것인지, 건너다 익사할 것인지 아니면 무사히 건널 수 있을지 시장의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 내년 3443억유로 국채만기 도래..ECB·EFSF 도움절실
 
이탈리아가 50억유로 규모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발행금리는 6.087%로 14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내년 2~4월사이 매월 400억~600억유로, 2012년 전체로는 3443억유로 규모의 국채가 만기도래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높은 금리가 지속된다면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유럽 3국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ECB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탈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선 ECB가 한도 없이 자금을 융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국채금리 급등이 ECB의 국채 매입 도중에 이뤄졌다는 점, ECB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날 클라우스 레글링 EFSF 대표는 "EFSF 재원을 1조유로로 늘리는 작업이 쉽지 않지만 단기채 발행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지원은 채권 보증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그리스→이탈리아, 다음은 프랑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이탈리아를 넘어 프랑스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경우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이탈리아 국채 보유가 많은 까닭에 재정 위기 악화에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상황이 빠른 시일내 진정되지 않으면 이탈리아 은행권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이탈리아 은행이 위기에 몰리면 이들에 대한 위험노출이 큰 프랑스 은행권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에 CNBC는 시장조사업체 분석을 인용해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이달 중 강등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반기 경제전망에서 프랑스의 부채규모가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92% 수준까지 증가하고, GDP 성장률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전망한 것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가 다음 차례로 시장으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유럽 주요은행들의 이탈리아 국채 포지션 -
 <자료 = 미래에셋증권>
 
 
◇ 정치 리더십 부재..마리오 몬티, 구원투수 될까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위기의 가장 큰 복병으로 고질적인 정치불안을 꼽고 있다.
 
이탈리아 상원 예산위원회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이탈리아 정부가 합의한 경제 개혁안을 승인했고, 오는 13일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약속대로 사퇴하게 된다.
 
이탈리아 정치권이 향후 추진가능한 시나리오는 ▲ 현 중도우파 연정 확대 ▲ 과도 정부와 전문 관료 내각 구성 ▲ 조기 총선 실시(2012년 초)와 선거제도 개편 등 세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현 중도우파 연정이 확대될 경우, 이 경우, 현재 계획된 구조조정을 재차 수정하지 아니하고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거센 야당의 반발과 낮은 여권에 대한 지지율, 여권 내의 분열 등이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과도 정부와 전문관료 내각이 구성되는 것. 과도 정부의 유력한 총리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으로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개혁성향이 강한 경제학자 출신이라 강력한 구조조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구국제 사회의 의지를 반영하여 정책을추진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 정부가 곧 좌초되고 조기 총선 실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총선이 구조조정과 재정건전성 개선 관련 법안들과 연계될 경우, 결국 계획하여 온 해법들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해야 되고, 이로 인해 시장의 우려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이 어떠한 시나리오를 선택하더라도, 시장의 우려를 완화시키기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이행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혼란스러운 이탈리아 정치권에게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당장 이탈리아가 극단적 상황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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