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 약해졌나..식품가격 '들썩'
상대적으로 부담 덜한 외국계 회사들이 주도
국내 기업들이 따라가면서 확산될 조짐
2012-02-22 13:01:25 2012-02-22 18:13:2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초 정부가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도입하고 물가안정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식품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었지만 설 연휴가 지나면서 업계에 가격 인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지난해 연말에는 OB맥주와 풀무원, 롯데칠성(005300)음료 등이 가격인상안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외국계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인상안을 발표했고 이를 국내 식품기업들이 따라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다시 식품가격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달 초 맥머핀세트 2종과 불고기버거 등 점심 버거세트 3종을 각각 200원씩 인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버거킹이 햄버거 가격을 평균 4.7%, KFC가 버거 5종과, 샐러드 2종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SPC그룹 던킨도너츠가 오리지널과 카라멜 마끼아또 등 커피 5개 제품의 가격을 300~400원 인상했고 지난 1일에는 일동후디스가 '산양분유' 가격을 평균 5.8% 올렸다.
 
또 9일에는 풀무원이 칼국수면과 스파게티면 등 면류 6가지 제품에 대해 평균 8%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두부, 콩나물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철회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지난해 가격인상을 시도했던 식품기업들에 물꼬를 터 준 격이 됐다.
 
이처럼 식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 관계자가 식품업계 대표들과 만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열린 한국식품산업협회 신년교례회에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식품 R&D 투자를 확대하고 밀가루 등 수입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운영해 식품기업의 원가절감을 지원하겠다"며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식품가격 인상이 계속되자 지난 13일에는 농식품부 오정규 차관이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대상 등 13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만나 가격인상을 자제하고 물가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의 이런 요청에 식품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되고 있는 지난해 영업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가격인상이라는 카드를 제외하고는 실적을 개선할 만한 방법을 찾기가 힘들다"고 가격인상의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그는 또 "본격적으로 4월 총선 시즌이 시작되면 가격인상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압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품기업들 중에는 3월 중순 이전에 가격인상을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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