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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 軍사업 'TICN' 핵심장비, 미국산 도입 '논란'
업계 "기능 떨어지는 장비..국내 중기 외면 여전"
2012-04-23 15:45:45 2012-04-23 18:07:3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우리나라 국군의 미래 전력을 좌우할 대규모 군 전략사업인 TICN(전술정보통신체계) 구축 사업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이하 국과연)와 주사업자인 삼성탈레스가 국내 업체들이 "기능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는 미국 대기업의 상용 라우터(Router)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무려 4조3000억원에 이르는 혈세가 투입된 TICN 구축사업에서 국내 중소업체는 배제한 채, 시스코(Cisco), 주니퍼 네트웍스(Juniper Networks) 등 외산업체의 상용장비에만 의존하는 등 내수시장을 외면하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국과연과 삼성탈레스가 이번 TICN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핵심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공급업체로 시스코, 주니퍼 등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당 업체들은 세계 네트워크 장비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대표적인 라우터 생산업체지만, 실제로 이번 사업에 투입 예정인 이들의 상용 라우터가 현재 성능과 미래가치로 미뤄볼 때 "뒤떨어진다"는 의견이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외산 상용 라우터의 가장 큰 문제로 "미래 전쟁으로 불리는 이른바 '네트워크중심전(NCW)'에서 매우 초보적인 수준 밖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TICN 사업에서 라우터만 유일하게 상용 라우터를 쓸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새로 구축되는 전략통신망이 무선체계를 중심을 설계됐다는 점"이라며 "이동이 빈번한 군사작전 혹은 전시상황에서 이같은 유선 중심 라우터로는 해결 불가능한 부분이 많아 결국엔 차후에 또 구축망을 새로 정비해야하는 등의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우터, 군전력 좌우할 핵심 네트워크 장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국과연 등이 추진 중인 TICN은 우리나라 국군 전체의 네트워크 시스템, 관제 체계, 통신 단말기 등 향후 군의 전력을 좌우하게 될 대형 국책사업이다.
 
통상적으로 군의 전략사업은 총 4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첫번째는 선행연구단계로 획득방법(구매 및 개발)을 검토하고 사업의 개념과 목적 등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두번째는 탐색개발을 통해 기술수준 및 개발가능성, 운용 개념등을 확인하고, 세번째는 체계개발 단계로 임무 및 작전 운용성능에 부합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이 본격적인 양산 및 전력화 단계다.
 
현재 TICN 사업은 체계개발이 진행 중으로 사업자 선정은 이미 끝난 상태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는 국내의 3개 기업으로 체계종합 등의 3개 분야를 삼성 탈레스와, LIG넥스원, 휴니드 테크놀러지스에서 각각 1개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오는 2014년까지는 3단계인 체계개발이 완료되고, 2015년부터 본격적인 전력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라우터는 네트워크를 구성·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비로 컴퓨터와 단말기 등에서 오고 가는 데이터를 관리·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쉽게 말해 네트워크 상의 트래픽(Traffic)을 '교통정리' 하면서 네트워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장비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삼성탈레스는 시스코와 주니퍼 등의 외국산 상용 라우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제안서를 국과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탈레스와 지속적으로 일을 해온 게 시스코와 같은 대형업체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스코의 라우터가 납품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국내 방산업체의 경우 외산 장비업체와 먼저 접촉을 해서 작업을 시작하는 관행이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기업에게 일임해 통신장비를 구매·조달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못 쓸' 미국산 라우터 구매 추진..왜?"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 탈레스 측에서 구입하려는 상용 라우터가 기능적으로 유무선통합망을 목표로 하는 TICN 등에서 원활한 네트워크 컨트롤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군사전문가는 “TICN은 소위 말해 네트워크 중심의 전쟁을 대비한 체계로 설계된 것”이라며 “NCW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온 더 무브(Network on the move)’, 즉 이동 중 실시간 연결성 유지, 복구, 추가가 자동적으로 수행되어야 하지만, TICN망에 상용 라우터가 탑재될 경우,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정보의 유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 내에서 정보통신 분야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국내 업체가 개발한 플로우 중심 라우터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국방 관련 네트워크에 쓰일 경우, 외부 공격에 대한 저항 능력이 월등해질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도 진보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삼성탈레스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의적으로 업체를 선정했다는 일부 국내 업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방부측에서 RFP를 통해 라우터 종류를 상용 라우터로 규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전체 무기개발의 45%를 상용 제품을 쓰고 있는데 이는 상용 장비가 더 좋을 때가 있고, 자체 개발을 하는게 좋을 때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국방과학연구소에서는 상용 라우터로 충분히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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