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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재판 어떻게?..'윗선' 드러날지 관심
2012-06-14 18:30:40 2012-06-14 18:31:18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한 재수사팀이 관련자 다섯명을 기소하면서,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을 제외한 네 명의 피고인이 각각 다른 혐의로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됐다.
 
현재로서는 각 피고인들이 일종의 '암묵적 합의'를 한듯 '윗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재판과정에서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앞으로의 재판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여러 명의 피고인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보면 증인신문이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윗선을 밝힐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영호 전 비서관 사건 '형사38부' 병합 예정
   
검찰이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지목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 전 차관의 '불법사찰' 사건을 곧 재판부에 배당할 예정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의 불법사찰 지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대한 재판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을 맡은 형사23부(재판장 정선재)나 '불법사찰' 재판을 맡은 형사38부(재판장 심우용)에 배당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0년 정선재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의 사건을 맡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된 이영호 전 비서관 등의 사건은 '불법사찰'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38부 재판부에 병합될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오늘 오후 늦게, 혹은 내일 재판부 배당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전날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한 박영준 전 차관, 이인규 전 지원관, 이영호 전 비서관, 최종석 전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진경락 전 과장 가운데 진 전 과장 등 3명은 1차 수사로 재판에 넘겨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인규, 1차수사 항소심서 '불법사찰' 혐의 무죄
 
이 전 지원관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회사 지분을 이전할 것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0년 8월11일 기소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0월로 감형받았다.
 
해당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은 직원들의 불법내사를 알면서도 이를 막지 않고, 오히려 공모해 지분 처분을 강요했다"며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지원관이 2008년 10월 초 부하 직원들로부터 진행상황을 보고 받기 전까지는 불법사찰을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을 무죄로 봤다.
 
진 전 과장은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자료를 없앤 혐의(증거인멸)로 같은 해 9월8일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은 김 전 대표를 사임하도록 하고 지분을 넘기도록 한 혐의(강요 등)로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다.
 
재수사의 계기를 만든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도 증거인멸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수사팀은 진 전 과장 등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이외의 추가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 등을 추가해 다시 기소했지만, 이번 사건은 앞선 사건과는 별도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1차 수사팀과 재수사팀이 진 전 과장 등을 기소한 시점이 2년여나 차이가 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이제서야 배당되는 사건의 사실심이 끝날 때까지 대법원에서 기다리는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윗선' 드러날 가능성은?
 
박 전 차관의 '증거인멸' 의혹 사건이 이 전 비서관 등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배당된다면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오늘 25일부터 사건이 병합돼 진행될 예정이다.
  
법원 관계자는 "5명에 달하는 피고인의 사건이 한 재판부에 병합된다면 각자의 증언이나,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단계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며 "재판이 쉽사리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혐의 유무를 인정하는 부분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사찰' 사건의 지난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공모관계' 인정 여부를 놓고 의견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법정에서는 중형을 피하기 위해 각자의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가끔 벌어진다.
 
얼마 전에는 돈을 받는 대가로 진범을 대신해 법정에 섰던 '가짜 범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마음이 급변해 진술을 번복, '실제 범인'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 처벌받았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로 두 번째 검찰수사를 받은데다 구속기소된 진경락 전 과장, 최종석 전 행정관 등이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수사팀이 '증거인멸' 혐의 외에도 1차 수사때 보다 더 많은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진 전 과장 등에게 1심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에서 검찰이 내린 결론은 불법사찰의 '윗선'은 박영준 전 차관이고, '몸통'은 이영호 전 비서관이라는 것이지만, 야권의 주장처럼 이미 드러나 있는 증거들이 많이 있는 만큼 재판과정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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