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證 'FICC 新주류' 꿈꾼다"
박태동 메리츠종금증권 자산운용본부장
2012-08-30 09:54:05 2012-08-30 13:45:24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리스크 앤 리턴(Risk & Return)’. 리스크를 무릅쓰고 리턴을 얻는 게 핵심인 게임(Game) 이론이다. 아무리 리스크가 큰 확률 게임일지라도 기대이익이 그보다 더 크다면 떠안는 리스크는 적다. 여기서 리스크는 위험, 리턴은 수익을 뜻한다.
 
박태동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자산운용본부장(사진)은 이 게임이론을 빌리면 어떤 시장에서건 항상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기대이익이 적으면 포지션을 거두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리스크와 리턴 동시에 읽으며 조화롭게 운용하는 게 몸에 습득돼야 비로소 시장상황을 보고 가중치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딜링에 있어 감성적 부분은 배제돼야 합니다.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죠. 늘 반대쪽 견해를 듣고 그의 논리를 분석해 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아내야하는 겁니다. 내 논리가 틀렸다면 바꾸는 거죠. 감정에만 휩쓸리다보면 기회는 놓치게 됩니다.”
 
20년간 금융권에 몸담아온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전문인력 1세대로 꼽히는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이자율 상품은 금융상품의 '꽃'
 
“지금이 ‘채권의 시대냐’라고 물으면 ‘이자율의 시대’라고 답합니다. 채권뿐 아니라 다양한 채권 관련 상품, 즉 신용·이자율과 관련된 파생상품, 구조화상품, 외환(FX) 마진거래상품 등에 대한 운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거죠.”
 
과거 순수채권 시장이 아니다. 현재는 ‘금리’, ‘이자율’, ‘신용’이라는 상품에 대한 투자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꼼꼼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의 FICC 비중이 커지고 시장이 커가고 수요에 따른 상품이 다양해졌다는 점은 가장 큰 변화다.
 
개인 투자자의 이자율 상품 접근이 쉬워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시장이 선진국과 비슷한 형태의 성숙기로 진입한 징후라고 설명했다.
 
“과거 주식은 일반인들이 시장에서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한 반면 이자율 상품에 대한 이해도나 접근성은 제한됐던 게 사실이죠.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국채나 해외채권을 실제 개인에게 팔고 정부도 장기채권 활성화 방안을 낼 정도로 개인 직접투자를 돕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자기자산을 한쪽에 편중시키지 않고 분산을 통해 리턴을 높이는 경향이 큰데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 채권 투자지역을 국내뿐 아니라 유럽·미국·아시아 등으로 광범위하게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라는 게 박 본부장의 설명이다.
 
◇'좋은 하우스' 메리츠종금證..외국계 못잖다
 
지난달 메리츠종금증권에 새 둥지를 튼 그는 앞서 삼성증권(016360) FICC 운용팀을 이끌어왔다. 김용범·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각자 대표의 존재는 박 본부장이 이 조직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최 대표이사의 경우 삼성증권 캐피털마켓(CM) 사업본부 시절 박 본부장의 보스이기도 했다.
 
“철학이 동일한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 철학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두 분 모두 CM 관련 전문지식의 깊이가 깊고 경험이 많은데다 판단력이 빠르고 빈틈이 없다는 점은 모두 닮고 싶은 부분입니다.”
 
한 달여 지켜본 메리츠종금증권의 ‘신속한 의사결정’은 외국계 금융사 못지않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평가다.
 
“임원회의엔 페이퍼가 없습니다. 아이패드 하나 들고 들어가죠. 다른 금융기관이 이삼 주 걸릴 사안도 사전에 어느 정도 리뷰한 뒤 회의를 갖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하루 이틀간의 조율이 있을 뿐입니다. 바른 결정은 김·최 각자 대표가 정해주는 근거, 리스크 앤 리턴 원칙이 충실하게 내려줍니다.”
 
정해진 회의는 없다. 시간을 정하고 하는 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될 수 있단 판단에 ‘24시간 회의’를 원칙으로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판에 눈을 뗄 수 없는 딜링룸이지만 빠른 의사소통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언로(言路)를 통해 이뤄지는 끊임없는 의사소통은 메리츠종금증권 딜링룸의 문화라고 박 본부장은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채권보유 규모는 3조원 정도다. 프랍(자기자본거래) 기준으로 전체 62개 증권사 가운데 13위 수준. 채권운용·외환운용·전략운용(대체투자(AI)/자기자본투자(PI))·시스템운용 등 총 4개의 팀, 25명으로 꾸려진 자산운용본부는 연내 외부로부터 3~4명의 인력 확충을 계획 중이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함이죠. 최고의 하우스보다는 좋은 하우스를 꾸리고 싶은 욕심입니다.”
 
타고난 트레이더는 없다. 능력에 따라 한 순간에 수백억원 손실을 떠안을 수도, 수익을 낼 수도 있는 트레이더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1대 1 도제식 맞춤형 교육은 필수라고 박 본부장은 말했다.
 
“오프라인 경험이 중요합니다. 뉴스나 책에서 구할 수 없는 체험적인 경험이 필요한 거죠. 일단 훈련된 선배들로부터 받는 도제식 교육을 잘 이겨내고 선배의 기량을 습득하는 게 핵심입니다.”
 
FICC 활성화를 위한 고민에도 쉼이 없다. “세일즈(sales)와 트레이딩(trading)은 맞물려야 합니다. 고객의 수요와 시장 수요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투자은행(IB) 본연의 업무는 한쪽의 수요와 리스크를 중간에서 가공해서 밸류를 얻는 것이기 때문인데 트레이더가 시장과 고객 사이에 늘 있어야 하는 이윱니다.”
 
◇레포(Repo)시장 활성화 돼야
 
박 본부장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또는 레포, Repo)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늘 콜 금리가 낮고 RP 금리가 높은 기형적 구좁니다. 원래 콜은 신용이기 때문에 RP가 더 낮아야 정상인데 수급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레포시장이 활성화돼서 펀딩 여건도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외 경기와 기준금리 전망도 들어봤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세계 경기 회복과 침체가 위아래로 반복되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제지표와 동일하게 갈 겁니다. 그 사이 유럽사태 더 악화되면 금리 빠졌다가 미국 상황이 좋아지면 금리가 오르는 등의 등락이 반복되겠죠. 핵심은 올 10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에 있다고 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 조치를 얼마나 강도 높여 속도 낼지가 하반기를 보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기준금리의 경우 다른 나라가 추가적으로 인하하지 않는다면 한국은행도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박 본부장은 진단했다. 당분간은 현 수준에 머물다가 중기적으로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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