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證 FICC "5년 내 글로벌 IB 판도 바꾼다"
임한규 우리투자증권 FICC 그룹장
2012-12-26 08:13:59 2012-12-26 08:27:03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년도 외환(FX)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FX변동성을 담은 DLS(파생결합증권)라든지 고객에 엔 약세나 원화 강세에 트레이딩 할 수 있는 기회, 레버리지(차입)로 수익을 주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난 24일 임한규 우리투자증권 FICC(Fixed Income, Commodity & Currency) 그룹장(이사·사진)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채권시장은 쉽지 않다. 대안 상품이 절실하고 구조화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순수채권 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임 그룹장의 설명이다.
 
“올해 같은 강세장이 또 연출되긴 어렵거니와 장기적으로 봐도 먹을 게 없는 시장이다. 고객에 제시할 수 있는 금리가 매력적이지 않잖나.”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살아나면서 달러 약세는 두드러질 것이고 그중 엔 약세 가능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채권시장 ‘위축’
 
“내년 상반기 채권시장 위축 상황이 한 번 정도 올 것으로 본다. 약세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긴데 관건은 그 시기를 잡느냐 마느냐다.”
 
때를 노려 포인트 전환시기로 삼는다면 다음 기회는 충분하는 게 임 이사의 분석이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일단 리스크부터 회피한 뒤 다음 전략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요즘 운용 포지션이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만큼 탄력적인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채권시장의 방향성과 흐름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의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직무범위”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해서도 무겁게 말을 꺼냈다.
 
“웅진홀딩스 사태로 위축된 회사채 시장은 내년 1분기까지 얼어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스프레드가 충분히 벌어져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본다. 많은 금융기관, 특히 연기금 등이 보수적인 운용을 하면서 A등급 회사채도 편입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년도 증권사 업황이 불투명해지는 요인이다.”
 
A마이너스 등급 회사채로 사실상 우량등급에 속했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9월26일 이후 금융권 전반의 회사채 기피 경향이 확대됐다. 이후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량은 크게 줄었고 지난 11월 회사채 발향규모만 봐도 A등급 이하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11월 A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7300억원으로 10월(2조1600억원) 대비 무려 1조4300억원이나 줄어든 실정이다.
 
“기업발행 채권은 애초부터 신용리스크를 담고 있다. 타의에 의한 대형 악재까지 증권사 리스크 부분으로 확대되면서 인수기관인 증권사가 떠안아야 할 리스크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앞으로 리스크를 안지 않고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점차 사회주의화돼가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이 모든 염려 속에 증권사의 활동 반경 자체도 좁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우리투자證 FICC 국내 업계 1호 안착.."성공적"
 
1995년 SH자산운용에 입사한 그는 17년의 경력 대부분을 채권운용 부서에 몸담았다. SH자산운용과 KTB자산운용, 국민은행, 맥쿼리IMM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을 거쳐 2007년 우리투자증권(005940)으로 옮겨왔다.
 
“우리투자증권에 온 지 7년이 다 됐다. 내년 2월1일이면 정확히 7년이 된다. 그동안 채권시장은 많이 디테일해졌고 우리투자증권 FICC은 포지션에 대한 민감도나 리스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FICC그룹 세팅 이후 협의의 FICC에서만 7년간 20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었다.”
 
2006년 3월.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업계 처음으로 FICC팀을 꾸렸다. 해외 CM(캐피탈마켓), FX선물 등 논에쿼티(Non-Equity) 파생 비즈니스를 주 업무로 하며 여기에 해외 인덱스와 커머디티 인덱스, 크레딧 인덱스 등 CDS(신용부도스왑)를 이용한 파생상품을 다룬다.
 
“FICC는 단순한 채권트레이딩과 다르다. CLN(Credit Linked Note)이라는 노트를 발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CDS를 증권화한 것으로 CDS가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장외 계약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CLN은 보장금액 전액을 채권형태로 발행해 보장 매도자가 매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점에서 CLN은 회사채와 위험구조가 유사하다.”
 
DLS나 ELS(주가연계증권)에 담을 합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 노트 속에 이를 담는 역할도 FICC의 몫. 내제된 각각의 크레딧 파생이나 FX 등을 시장에서 헤지(hedge)하는 것 역시 FICC의 역할이라는 임 이사의 설명이다.
 
“업계 처음인 만큼 가장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상품을 고객 포지션에 따라 운용하고 시장에 헤지하는 등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킨 게 우리투자증권이다. 이후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게 대우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등이다.”
 
19층에 위치한 트레이딩 룸은 긴장감이 묻어난다. 90여명이 넘는 세일즈와 트레이더, 미들오피스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운다.
 
금융공학 선수들로 꾸려진 퀀트인력과 미들데스크 인력이 두텁고 강하다는 점은 우리투자증권 FICC 강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실수 제로(0)’ 다큐멘테이션(채권발행 서류작업)이나 공감을 불러오는 고객 외연 확대 작업 등을 통해 과거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사례도 많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딜을 정한다. 전체적인 통합은 여기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리스크 관리본부와 법무부서는 따로 있지만 상호 간의 꼼꼼한 마감조정으로 90% 이상의 것을 다듬는다. 이게 커뮤니케이션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최근엔 운용시스템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의 외국계 파생상품 솔루션 시스템인 콘돌플러스 대비 높은 사양을 적용하고 자체 머그(Mug)라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합한 하나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갈 길 먼 국내 FICC..“아홉과 하나”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 증권사 업무의 반 이상을 ‘주식’이 차지했다면 지금은 주식 이외의 것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 최대 캐시카우는 RP(환매조건부채권)였다. 사실상 협의의 FICC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낸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전체 채권북 12조원 가운데 대고객 RP규모가 7조원 정도다. 전체 상품 구성면에서도 시장이 커졌다. 많이 벌 땐 한 해 1000억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 이미 무게중심이 많이 이동한 것을 짐작케 하는 것으로 대형 증권사 수익의 반 정도는 FICC가 벌어들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FICC의 카테고리는 굉장히 광범위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외국계 대형 IB은 FICC 사업이 가장 큰 매출 기반, 약 70%정도를 차지한다. 주식 외의 브로커리지나 기업 상장 주관업무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FICC 개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표방하고 있지만 국내 FICC는 갈 길이 멀다. 국내 FICC는 아직 ‘미완’이라는 얘기다.
 
외국계는 여전히 우위다.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대형증권사지만 시장에서의 카운터파트너인 모건스탠리나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이 보는 시각은 여전히 극동에 있는 작은 나라의 작은 회사일 뿐이다. 그들이 9라면 우리는 아직 1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반면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각은 변함이 없다.
 
한국형 FICC를 이끄는 우리투자증권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실력을, 덩치를 키우고 있다. 5년 내 대등한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되레 외국계 대형 IB가 앞 다퉈 군침을 흘리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게 우리투자증권 FICC 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다.”
 
◇"뒷북치는 합리는 후퇴..과감과 결단이 우선돼야"
 
임 그룹장은 올 한 해 어려웠던 시장에서도 개인적으로 민관합동경제금융점검간담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팁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말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꾸린 경제금융점검간담회는 향후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그룹장은 마등락 대우증권 상무와 이기홍 한국투자공사 실장, 홍준기 UBS 서울지점 대표 등과 함께 채권을 포함한 국내외 금융상품 투자를 총괄하는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는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고 매크로 전략에 있어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트레이더가 가장 강조해야 할 덕목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통상 틀렸다고 판단하면서도 고집을 부리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이 있음에도 그와 반대의 포지션을 취한다는 건 생각이 없음과 다름없다.”
 
트레이더는 동물적이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물적 감각에 앞서 합리적이어야 하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드시 선행적이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뒷북치는 합리는 후퇴나 마찬가지다. 동물적인 것보다는 과감함과 결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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