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숨돌린 '키프로스'..유로존 불안 잠재울까
2013-04-03 17:34:56 2013-04-03 17:59:14
[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키프로스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이행시한 연장에 합의했다.
 
키프로스 사태가 이렇게 일단락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키프로스 정부와 트로이카가 균형예산 목표 달성 시기를 오는 2016년에서 2018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키프로스는 트로이카와 구조조정 실행을 통해 균형예산 달성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키프로스는 오는 2018년까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게 된다.
 
이 양해각서에는 향후 4년간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을 3% 추가 삭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키프로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4% 이하로 맞추고, 2017년까지는 4.0%의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토스 스틸리안데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은 균형예산 달성 시한 연장에 대해 "오랜 불확실성을 종결짓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2018년까지 키프로스 정부는 공무원 1800명을 감축하고 연금 지급 시기도 65세부터로 2년 늦춘다.
 
법인세율은 12.5%, 부가가치세는 19% 올리는 등 증세안도 마련했다.
 
또 올해 안으로 세금인상과 지출 축소를 통해 GDP의 2.1%에 해당하는 3억5100만유로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가 키프로스에 시간을 주어 경기침체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의 타결 소식을 들은 시장 반응은?
 
이날 미국과 유럽 증시는 키프로스 사태해결에 대한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일 대비 0.61%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영국 FTSE100 지수도 1.23% 상승했다. 독일 DAX 30지수도 1.91% 오른 7,943.87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CAC 40 지수 역시 1.98% 뛴 3,805.37로 문을 닫았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키프로스 우려 완화가 반영되며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4%포인트 내린 4.62%, 스페인 10년만기 국채도 0.12% 떨어진 4.94%를 기록해 안정권된 모습이었다.
 
키프로스발 위기 진정 소식은 원유 수요를 높여 이날 5월 인도분 서부텏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0.12% 오른 배럴당 97.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하락했다. 키프로스 정부가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완화 조건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금 가격의 하락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6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보다 1.56% 하락한 온스당 1575.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유로존의 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2% 하락한 1.2820달러로 약세를 나타냈다.
 
댄 베루 팰리사이드 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키프로스 상황이 나아진다면 그 자체가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리스크 진정국면 맞나..남은 악재는? 
 
키프로스 위기는 진정됐으나 유로존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2월 실업률은 12%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마르키트가 발표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 47.9에서 46.8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는 독일을 제외하면 생산과 판매가 부진해 고용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레나 코미레바 G+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2분기에도 성장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ECB에서 부양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위기 전염 우려와 이탈리아 정국 불확실성 등도 아직 시장이 안심할 단계가 아님을 말해준다.
 
아나톨리 아넨코프 소시에테제네랄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와 키프로스 불확실성 등이 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은 이달 중에는 줄곧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키프로스 당국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조사하고 나섰으며 미할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이 사임을 표했다.
  
이는 그가 키프로스 2대 은행인 뱅크오브키프로스와 포퓰러 뱅크오브키프로스(라이키 은행) 총재를 역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금융위기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정치적 비리 등이 나올 경우에는 다시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뱅크런 확산 우려도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이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상임의장은 "키프로스는 본보기가 아닌 특별한 케이스"라고 해명했으나 은행 예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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