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승춘 '여당지지' 안보강연 영상 공개
올해 1월 강연서 "이념대결 승리위해 선제보훈정책 추진해왔다" 실토
2013-10-31 15:47:17 2013-10-31 15:50:5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대선개입' DVD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안보교육을 빙자해 여당을 지지한 강연 동영상이 공개됐다. 야당은 즉각 대선개입의 진실이 밝혀졌다며 박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와 국감 중단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이어 박 처장의 외부 안보강연 영상 3편을 공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지난해 1월5일과 같은 달 27일, 그리고 올해 1월에 진행된 강연이었다.
 
영상을 보면 지난해 1월5일 박 처장은 서울 송파 가락호텔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 신년하례식 및 544차 조찬강연'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지금 중요한 것은 금년에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세력을 선택할 것인가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11년 동안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데) 노력해 오시고 추진해 오신 그 노력이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 금년 1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기정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보훈처의 표준 교안 '한반도의 빛과 어둠'에 나오는 내용과 유사하다며 '한반도의 빛과 어둠'이 공개된 이후에 외국 문건을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보훈처의 해명이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박 처장은 또 같은 달 27일에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신년교례회'에서는 "아시다시피 금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그는 "보훈처는 금년부터 호국업무를 추진한다. 큰 업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특히 우리 2040 국민들에게 나라사랑 교육시키는 것"이라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나라사랑교육'을 언급했다. 이어 "또 하나는 지금까지 우리국가를 지키고 헌신하신 우리 200만 보훈가족들과 우리 1000만 안보단체 회원들을 결집해서 호국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 처장은 지난해 7월12일 서울 송파 가락호텔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 조찬강연'에서는 외부 강사를 통해 일반인을 상대로 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각 분야 안보전문가를 양성해 나라사랑 강사단을 구성했다. 공무원, 대학생, 교사, 일반인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 강사를 위해서 나라사랑교육 교재도 만들었다. '위기의 한국안보', '호국과 보훈'이다. 우리의 안보 실상을 강사들에게 정확하게 알고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이 언급한 '호국과 보훈'은 보훈처가 제작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야당 정치인들과 좌파 및 종북주의자들은 북한의 도발을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거나 "대한민국내의 반미감정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지속되는 동안 최고조에 이르렀다" 등의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연결시키고 민주정부 10년을 왜곡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강 의원은 "박 처장과 보훈처가 안보교육 교재를 분명한 목적을 갖고 제작했고, 박 처장이 교육 내용까지 깊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라며 "박 처장이 지난 국감에서 '교재는 보훈처의 입장이 아니라 강사 개인의 견해'라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박 처장이 위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대선 이후인 올해 1월9일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신년교례회'에서 "작년 1년 동안 여러분들 수고도 많이 하셨지만, 그 성과가 지대했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는 군사대결 업무를 하지만 이념대결 업무를 어디서 합니까"라고 물은 뒤, "제가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보훈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다"며 "제가 보니까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취임 후 2년간 추진한 선제보훈정책이 결국에는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이념대결용 전략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공권력, 국가권력기관의 '선거개입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디지털에서 아날로그까지' 총체적이고 전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번 국감과정에서 밝혀진 보훈처, 안전행정부, 국정원, 국방부까지의 총체적 선거개입 실상을 보면서 지난 대선은 까도 까도 계속 벗겨지는 양파 선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보훈분야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할 인물임이 오늘 분명히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김기식 의원도 "박 처장은 보훈처가 국내에서의 이념대결 투쟁의 선제적 보훈정책을 표명해 뜻한 바를 이뤘다고 얘기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선거, 정치적 대결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개입했음을 자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검수용과 내각총사퇴를 통한 전면적인 개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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