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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글 수백만개, 선거에 영향 없었나..특검요구 거세져
트위터본사 협조 결과, 軍사이버사 수사 내용에 따라 규모 더 커질 듯
'수사 외압 의혹' 황교안·이진한 존재도 특검 요구에 힘 실어줘
2013-11-21 14:57:48 2013-11-21 15:01:2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 심리전단 70여명이 100일 동안 겨우 73개의 댓글을 썼다. 댓글이나 게시글 양으로 봐서 선거개입 목적은 없는 것 같다."
 
지난 6월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이 보여준 일관된 논리였다. 이는 앞선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이 토대가 됐다.
 
전체 글 5333개 중 정치·선거관여 내용이 1977개이고, 그 중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글의 숫자가 73개였다. 당시 야당이 "발견된 것이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게시글 양은 훨씬 많은 것(박영선)"이라고 반박했지만 새누리당은 요지부동이었다.
 
새누리당의 이런 논리는 지난 10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징계로 이어진 검찰의 공소장 변경 전까지 계속됐다. 검찰은 이전 게시글 73개과는 규모가 훨씬 커진 5만6천개의 트위터 게시글을 발견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새누리당은 5만6천개에 대해서도 "극히 미미"하다며 "이를 갖고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개인의 일탈 행동'이라는 기존의 주장도 계속했다.
 
여권의 이런 논리는 국가보훈처, 군사이버사령부 등 다른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에서도 그대로 사용했다. 모든 선거개입 논란이 '개인적인 일탈'일 뿐 '조직적인 개입'은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왼쪽부터) ⓒNews1
 
21일 검찰은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며 기존의 73건, 5만6천 건과 비교되기 힘든 규모인 120만 건의 트위터 게시글을 첨부했다. 더욱이 자동으로 글을 작성하고 퍼나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봇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조직적 개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전 팀장이 조영곤 당시 서울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을 설득하면서 '3.15부정선거와 같은 사태'라고 말한 것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배재정 대변인도 윤 전 팀장의 '3.15 부정선거' 발언에 대해 "틀린 말이 아니다"고 공감을 표했다. 심각한 부정선거로 바라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정원은 더욱이 현재 댓글 작업 뿐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받고 있다.
 
국정원은 국가보훈처가 안보교육자료로 사용한 정치편향 DVD를 제작해 보훈처에 넘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해당 DVD는 군인, 공무원, 일반 시민 등 총 22만 명에게 상영해 선거개입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국정감사에서 끝까지 DVD 제작 출처에 대해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국정원이 사이버사에게 지침을 내리는 방식으로 통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20일 전직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의 증언을 토대로 "사이버사 심리단장이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것"이라며 "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연계성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사이버사령관이 청와대와 국정원의 정기적인 회의에 수시로 불려갔다"며 "정치댓글 활동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MB정부 청와대의 댓글 활동팀을 국정원에 적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활동이 이명박 정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현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주도 하에 시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20만 건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끝이 어딘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특검에 의한 진실규명만이 해답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검찰 수사팀이 트위터 본사에 확인 요청한 트위터 글과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가입한 인터넷, SNS 글을 포함하면 글 수가 수백만 건이 될지 수천 만 건이 될지 모른다"며 "이명박 정권 청와대의 지휘여부 등 모든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선 특검만이 유일한 수단이고 정답이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사태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매듭짓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야당의 특검요구를 정략적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특검 반대의 논리로 이용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정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검찰 수사에 대해 누군가 외압이 있는가, 간섭이 있는가, 또 검찰의 수사가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침해당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러면서 "이렇게 엄정한 수사결과를 접하고도 민주당이 계속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특별한 정쟁거리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번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외압을 이겨낸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채동욱·윤석열 사례에서 보듯 또 다시 찍어내기 등의 외압이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의 범위는 검찰 수사팀이 수사 중인 사건을 제외한 부분이 그 대상이라고 강조하며,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실제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과 관련해 이날 'MBN'은 수사팀 관계자의 말을 통해, 이진한 서울지검 2차장이 특별수사팀의 보고를 받고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공소장 변경이 아닌 참고자료 정도로만 제출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진한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과 관련해 "선거법에 대한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야당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유출 사건 수사와 관련해 거짓 브리핑으로 십자포화를 받기도 했다.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진한 차장이 계속 수사에 개입했기 때문에 한때는 수사라인에서 빠져 단순한 공보 업무만 담당했었다. 그러나 윤석열 팀장 사건 이후 이진한 차장이 공식 수사라인으로 자리매김해 계속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차장은 계속 수사팀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차장이 계속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뒤에 법무부와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차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진한 차장의 수사라인 배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이 차장이 윤석열 팀장 당시에 특별수사팀이 포함시켰던 글 2만7천여 건을 공소사실에서 제외한 것을 주목한다. 이 글들은 국정원의 사주를 받은 알바생으로 통칭되는 외부 조력자임이 밝혀졌다"며 이 차장이 국정원 범죄혐의 축소라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영선 의원은 "어제 우리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말한대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의 범위는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부분이 아닌, 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와 국정원과 연계되는 범국가기관에 관련된 부분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런 곳들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미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수사의 신뢰를 위해서도 특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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