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저출산 장기화로 유아시장 '母心' 얻기 치열
유아 시장 다양화..아이는 줄고 업체는 늘고
유아 관련 기업 희비 엇갈려
2014-02-25 10:15:42 2014-02-25 10:19:54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한자녀 씨(가명·32세)는 결혼 4년 여 만에 첫 아들을 낳았다. 그는 1주일에 300만원이 넘는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자마자 돌잔치를 계획했다. 돌잔치로 유명한 곳은 예약자가 줄을 섰기 때문이다.
 
한 씨가 수소문한 끝에 정한 돌잔치 장소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호텔. 6개월 전에 예약했으나 "조금만 늦었으면 제때 못할 뻔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참석자 1인당 음식값을 5만원으로 정하고 돌상과 의상, 사진 촬영 등을 추가한 결과 700만원가량을 썼다.
 
그의 아들은 친환경 아동복을 입고, 모유와 비슷하다는 분유를 먹으며 100만원을 호가하는 유모차에 탑승한 채 각종 유아용품 박람회를 누비고 있다. 한 씨는 "이렇게 하는 게 부유층 수준은 아니다"라며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나 지인들을 보면 보통 수준 정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아 시장, 다양한 수요 속 빈곤
 
우리나라가 수년째 1.2명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저출산의 늪에 빠진 지 오래되면서 유아 관련 업체들은 한 씨와 같은 수요를 발굴하는 등 상품 고급화로 견뎌왔으나 시장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유아용품의 경우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한편, 화려한 돌잔치를 벌이고 고급 제품만 고집하는 부모 또한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출산한 지 10개월가량 지난 서모 씨(29세)는 "아이를 두 번 낳을 것 같지는 않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좋은 물건을 고집하게 된다"면서 "동화책 같은 것은 중고로 사도 아이의 손에 직접 닿을 수밖에 없는 젖병이나 유모차 등은 베이비 페어(육아용품 박람회)에 자주 들러 유명한 제품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모들의 육아 열기와 시장 상황을 느낄 수 있는 유아 용품 박람회는 저출산 속에서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출산·유아용품 업체 토드비에 따르면 유아용품 박람회는 지난해에만 월 2∼3회 열려 2012년 개최 횟수 24회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늘면서 주요 소비 경로로 떠올랐다. 관세청에 따르면 유아용품 수입은 유럽발 금융위기 등의 여파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2년 유아용품 수입액은 2011년 대비 0.7% 증가한 2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권상신 토드비 차장은 "출산율이 줄면서 고급화 전략이 그동안 주효했으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유아용품 가격대가 내려가고 있다"며 "소비자는 병행수입을 통해 수입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가 하면 육아 박람회가 워낙 잦다 보니 '오늘 못 사면 다음에 사면 되지' 식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상황을 이용하는 '얌체' 부모도 늘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돌잔치 이벤트 사업에 참여했던 정모 씨(29세)는 "2~3년 전만 해도 몇 군데 되지 않던 돌잔치 이벤트 업체가 최근에 급증해 가격대가 내려갔다"며 "돌잔치를 진행하는 뷔페에선 뒷돈을 달라고 하고, 부모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겠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돈을 들여서라도 밖에서 돌잔치를 한다지만, 그게 알고 보면 돈 잔치 아니냐"며 "수백만원을 들여 돌잔치를 해도 축의금 등을 챙기면 이익이기 때문인지 두 번 하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다.
 
◇희비 엇갈리는 유아 기업
 
유아시장은 다양화하고 커지면서 유아 관련 기업들의 실적 또한 희비가 엇갈리고 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락앤락(115390), 유한양행(000100)(유한킴벌리), 매일유업(005990), 대교(019680), 아가방컴퍼니(013990), 보령메디앙스(014100), 제로투세븐(159580)와 같이 분유·기저귀·학습지·아동복 등을 판매하는 어린이 관련 업체의 영업이익은 출산율이 1.0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사실상 역성장한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대부분 해외 실적이 뛰어난 경우다. 1.2명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출산율 하락 기조가 꺾이지 않아 국내에선 양호한 실적을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한 것이다.
 
◇어린이 관련 기업의 영업이익 추이 및 전망.(자료=에프앤가이드)
 
전문가들은 유아 관련 기업들이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는 국내보단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출산 현상이 바닥에 찍고 있어 더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킴벌리가 속한 기저귀 시장은 치열한 경쟁과 고급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 신생아 수가 급격히 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 등 분유 업체는 출산율 하락에 따라 성장이 제한되는 부분도 있으나,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로 장기적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교 등 초등학생 학습지 시장과 관련 "올해는 황금돼지띠가 초등학생이 돼 수혜가 예상되지만 올해만의 이벤트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초등학생 감소율이 -5% 정도였는데 올해는 -1%도 안 되고 오는 2018년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