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 낙제 성적표..구조조정 숙제
2014-06-19 08:58:26 2014-06-19 09:05:3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에너지공기업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전력난 책임에다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성에서도 점수를 깎아 먹은 것.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쥔 에너지공기업에는 더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숙제로 남게 됐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따르면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나뉜 평가등급 중 A를 받은 에너지공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 에너지관리공단이 B를 받아 겨우 산업통상자원부 체면을 세웠지만 전력생산과 자원개발을 맡은 공기업은 모두 C등급 이하를 받았다.
 
C등급에는 에너지공기업의 맏형인 한국전력(015760)과 대한광물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이 포진했고,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와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은 D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가스공사(036460), 대한석탄공사는 꼴찌인 E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한수원과 가스공사는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보다 점수가 추락했고, 석탄공사는 2년 연속 E를 받았다. E등급 공기업의 기관장은 해임대상에 오른다.
 
◇한국전력(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평가에 대해 에너지공기업들은 대부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번에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반영하지 않아서 공기업의 자구노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관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눈에 띄는 성과가 아예 생략됐기 때문.
 
실제로 한전은 지난해 말부터 자산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원가절감 등을 통해 20107년까지 총 14조원의 부채를 감축하는 재무구조 개선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올해 1분기에는 4년 만에 처음으로 1분기 흑자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등도 알짜자산 매각논란까지 감수하며 해외자산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고, 지난해 원전사고 악몽을 겪은 한수원도 올해는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대신 이번 평가에서 단순히 재무구조 개선만 점검한 게 아니라 공기업의 전문성과 책임성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 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져 공기업의 안전관리 능력이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측은 "한전은 올해 흑자전환했지만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해 갈등관리 노력 부족했고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은 복리후생 개선노력이 미흡했다"며 "반면 산업부 산하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불합리한 노사관행 개선 등 노사관리 부문의 실적이 준수하고 협업과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가산점 획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갈수록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기준이 엄격해지고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커지면서 에너지공기업들은 차질 없는 전력생산과 실효성은 있는 자원개발을 기본으로 갖추고 더욱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 에너지공기업은 사업 구조개편, 부채감축과 더불어 사회적 수용성까지 더 신경을 쓰게 됐다"며 "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역시 "기재부의 경영실적 평가는 산업부가 그동안 추진한 공공기관 정상화 방침과 다소 엇갈린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일치하기 때문에 직원교육과 인재채용, 전력사업 계획수립·추진 등에서 효과적인 정상화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중 C등급 이하 공공기관(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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