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컨트롤 타워’ 로 떠오른다
2009-03-30 06:48:01 2009-03-30 06:48:01
금융의 권력이 ‘은행’에서 ‘금융지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금융의 컨트롤타워 구축과 함께 경영효율화를 위해 금융지주의 권한 강화가 시중은행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기존 조직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한편 지주사 회장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본격적인 ‘금융지주회사 컨트롤 타워체제’를 앞다퉈 확립하고 있다.

■ 핵심권력체계 지주로 이동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 들어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은 지주사의 리스크 관리팀 인원을 증원시켰다. 또 일부 은행들은 인사·재무·전략 등 핵심 업무부분도 금융지주로 대거 이동하는 등 본격적으로 조사와 감사체계를 강화한 경영 컨설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6일부터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1조8000억원의 손실을 안겨 준 CDO·CDS 투자 과정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핵심 관계자는 “과거 무분별한 투자행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감사의지를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진찬희 부사장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은행부분에서 여러 가지 리스크가 노출되고 있고 신한금융지주 내부적으로 종합해서 볼 필요가 있어 금융지주 리스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인 증권, 보험, 캐피탈, 자산운용 등 2금융권을 아우르는 리스크담당 부서를 지주사 내에 독립적으로 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리스크 관리가 ‘원 뱅크(은행 중심)’가 아닌 ‘원 엔터프라이즈(금융지주 중심)’로 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출범 6개월째인 KB금융지주도 계열사별 리스크 관리 표준화 및 시스템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전략 이양부분이 눈에 띈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전략기획’부분의 권한을 대거 이양받았다. 이로써 은행의 인수합병(M&A)이나 자본확충 등 핵심전략 및 시너지추진 전략 등을 모두 금융지주사가 맡게 됐다.

게다가 자본확충 문제로 난처해진 은행을 금융지주가 회사채를 발행, 은행 증자에 참여하면서 재무적 역할도 소화하고 있다.

■ 지주사 막강권한 행사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내부에 설치된 ‘은행장 추천위원회’를 지주회사로 가져왔다. 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지주사 산하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키로 했다. 은행장은 은행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비은행 계열사는 회장이 직접 임명하는 기존 인사체계를 단일화한 것이다.

지주의 인사권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커지는 한편 이팔성-이종휘 투톱체제의 결집력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 고위 인사는 “과거 금융지주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며 은행 영업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측면이 많았던 점을 보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도 신상훈 전 행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위상 강화도 예고돼 있다.

과거 이인호 사장 체제와는 달리 신한은행의 급성장을 주도한 신 사장의 활발한 보폭을 감안하면 금융지주 사장의 역할도 ‘포스트 라응찬 체제’에 걸맞게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01년 지주출범 초기부터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두고 계열사 대표 인사권 및 집행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행장 역시 전통적으로 회장과 행장 간 흔들리지 않는 투톱체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KB금융지주도 황영기 회장을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지난 2월부터는 계열사 CEO들과 함께 매주 목요일 경영협의회를 열고 비은행 부문 역량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일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황영기 지주회장과 강정원 행장간 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과 역할로 불협화음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논높이를 맞춰가고 있다.

KB금융 내 은행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인 이상 비은행 비지니스 유닛(BU)장을 맡고 있는 황 회장이 은행 BU장을 맡고 있는 강 행장에 비해 역할이 작을 수밖에 없지만 경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황 회장이 위기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비은행 부문의 M&A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경영협의회 개최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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