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가을야구' 흥행저조, 원인은?
입력 : 2015-10-14 13:23:20 수정 : 2015-10-14 13:23:2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가을야구'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다. 어느새 네 경기째 매진에 실패했다. 평균 관객 수는 이미 최근 10년간 최저 수치인 2006년도 수준으로 돌아갔다.
 
2015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 관중 수 및 날씨. 정리/이준혁 기자
 
◇포스트시즌 시작 이래 매진 없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5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을 직관한 관객 수는 9900명. 점유율은 94.28%로 매진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고 4경기를 마쳤지만 아직 매진소식은 없다. 지난 7일 오후 목동구장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는 7469명(좌석점유율 71.33%)이 경기장을 찾았고, 10일과 11일 잠실구장서 열린 준PO 1·2차전에는 각각 2만833명(〃 80.12%), 2만2765명(〃 87.56%) 관중이 모였다.
 
위기는 이미 지난해 포스트시즌 말부터 감지됐다. 삼성과 넥센의 한국시리즈 5~6차전까지 포함한다면 최근 포스트시즌 6경기 연속 비매진이다. 예매 당시부터 모든 좌석이 매진되던 재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게다가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 평균 관객 1만5242명이라는 수치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8년 간 해당기간 관중수보다 적다. 9년 전인 2006년 포스트시즌 관객수 수준이다.
 
한국 프로야구 중흥기이던 2007~2012년 포스트시즌 관객수는 매년 2만명을 넘긴 바 있다. 하지만 2013~2014년 연이어 관객수가 줄어들며(2013년 1만8200명, 2014년 1만6336명) 야구계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올해 관객수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1000명쯤 감소했다. 지난 2006년 당시 1만3858명 수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걱정이 엄살은 아닌 것이다.
 
2015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정규시즌 관중 현황. 정리/이준혁 기자
 
◇비내리고 추운 날씨에다 싸늘해진 넥센 팬심까지 '악재'
 
이같은 포스트시즌 관객수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날씨 문제, 넥센 팬심 이탈 등이 꼽힌다.
 
먼저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 지난 나흘 간의 날씨는 모두 경기 직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7일 저녁 목동구장 날씨는 기온이 크게 낮지는 않았지만 하늘이 다소 흐렸다. 주말에 치러지는 잠실구장 경기인 10~11일 준PO 1·2차전 때는 2차전 8회초 경기가 비로 33분(4시45분~5시18분)동안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암표상이 울상 지을 정도로 취소표가 많았고, KBO가 입장권 현장판매 언론보도자료를 다급하게 배포했을 정도로 빈 자리가 크게 늘었다.
 
포스트시즌 분위기 활성화에 힘써야 할 무렵 불거졌던 넥센의 '일반 팬 차별' 논란도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부 팬 카페 회원들에게 포스트시즌 입장권을 우선 예매하게 했다는 데에 화난 넥센 팬들이 '직관' 대신 '집관'(집에서 TV나 인터넷 등으로 경기를 보는 행동을 뜻하는 신조어)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잠실구장은 물론 목동구장도 넥센 팬들이 많은 3루방향 좌석은 빈 자리가 많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속칭 '인기 팀'이 아니란 점을 관객수 감소의 이유로 드는 견해도 많다. 엘롯기(LG·롯데·KIA)가 최근 8년 만에 포스트시즌 나란히 탈락하고 올해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도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
 
프로야구 2015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이 한창 진행되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 3루방향 객석에 빈 곳이 많다.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팬·전문가 "여러 원인이 겹쳐 발생한 상황"
 
이번 포스트시즌 연속 매진실패에 대해 듣기 위해 관객들과 전문가들을 만났다. 이들이 제시하는 분석은 다양했다. 궂은 날씨와 넥센 일반 팬 차별 논란, 인기가 많은 팀의 올해 포스트시즌 탈락 외에 비싼 입장권, 와일드카드 제도에 대한 취약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야구전문 인기 팟캐스트 '낫아웃'의 고정 패널인 이재훈 씨는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넥센이 최근 팬 차별 논란을 겪으며 섬세하게 대처를 하지 못 했다. 결국 작은 팬덤 내에 심각한 분란을 일으켰고 함께 응원해도 부족한 팬들의 직관의지를 꺾어버렸다. 대처도 늦었다."면서 "'사태의 기회비용 파악을 너무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의 포스트시즌 4경기 모두 넥센이 있다. 10월 초부터 춥고 흐린 날씨가 최대 원인이긴 하나, 준PO에 SK가 올랐다면 관객수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넥센의 '일반 팬 차별' 논란에 대해 지적했다.
 
야구기록 연구모임 'S.Record'의 대표인 심재령 씨는 "'가을야구'의 추운 날씨야 야구팬이면 이제 익숙하지만 비가 내린다는 데 섣불리 집을 나설 사람은 적다. 주말 경기가 그렇게 되며 관객이 줄었다"고 말한 후 "넥센의 일반 팬 차별 논란은 결정타였다. 넥센 팬들이 앉는 3루방향 좌석이 1루방향 좌석에 비해 비었고, 게다가 예년 대비로도 매우 휑했다. 넥센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문제 팬들의 직관 의지를 완벽히 꺾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씨는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과 올해 상황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그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경기의 시작에 4위팀에 비해서 팀의 기량이 크게 떨어진 5위팀이 들어가 흥미를 낮췄다"면서 "게다가 5위 싸움을 함께 했던 팀의 팬들이 실망을 느끼면서 예년에 비해 한달 일찍 시작한 프로농구나 최근 개막한 프로배구로 향했다. '비매진' 사태에 한 요인만 꼽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유달리 춥고 궂은 날씨를 언급한 후 "넥센의 목동 경기일자는 한국시리즈 진출 상황을 가정해도 모두 평일이다. 그런데 최저 입장권가가 성인 좌석을 기준으로 3만원이다. 입장권 값이 비쌌다"면서 "오후 6시30분인 경기 시작 때부터 직관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고 최근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도 넉넉하지 않다. 게다가 '인기 3개 팀'의 하나가 원정 팀으로 오는 것도 아니다. 주말 경기면 몰라도 평일 경기에, 그것도 목동에, 비싼 가격을 매긴 것이 이같은 현재 상황을 부른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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