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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두환씨 풍자 포스터 붙인 예술가 유죄 확정
"구 경범죄처벌법 조항 구성요건에 해당"…벌금 10만원 선고유예
2015-12-11 06:00:00 2015-12-11 06:00:00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의 포스터 수십장을 붙인 혐의로 기소된 예술가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만원 선고를 유예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구성요건, 구 경범죄처벌법의 입법 목적과 남용금지 원칙,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 재산권과의 비교 형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의 잘못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5월17일 오전 1시쯤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집 인근 주택의 담벼락 등에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원 수표를 들고 있는 전씨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 55장을 청색 테이프로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를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그것이 이씨가 향유하고자 하는 예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거나 경범죄처벌법이 규정한 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벌금 10만원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이씨는 "포스터를 부착한 행위는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해치는 데까지 이르지 않아 구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13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경범죄처벌법 1조 13호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걸거나 글씨 또는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과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공작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더럽히거나 해친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경범죄처벌법은 2012년 3월21일 '경범죄의 종류와 처벌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목적 규정을 두고 법률 제11401호로 전부 개정됐다.
 
대법원도 "구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13호 전단 부분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이씨의 행위는 위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이씨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나 수단의 상당성을 갖췄다거나 포스터를 부착하는 외에는 예술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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