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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성공은 둘째 치고 공정한 경쟁이라도
조영민 새정치민주연합 가계부채특위 총괄팀장, 前 을지로위원회 기획팀장
2015-12-23 12:22:38 2015-12-23 12:40:38
2012년 말부터 2013년 초까지 여러 명의 편의점 가맹점주가 잇따라 자살하거나 과로로 숨졌다. 당시 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본사들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했지만, 질질 끌다가 지난 10월26일 무혐의로 종결 처리했다. 대놓고 봐주기다.
 
조영민 새정치민주연합 가계부채특위 총괄팀장
 
최근 또 한 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했다. 사정을 보니 최저임금도 못 버는 한계(부진)점이었다. 매출이 얼마 되지 않는데 아내가 사고로 다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고, 영업시간도 단축해야 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근처에 경쟁사 편의점이 입점해 매출은 더욱 감소했다. 생계난이 그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비 트렌드가 변했고 대형마트보다 편의점 매출이 늘면서 그 수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에 가맹 편의점이 2만6000여개, 개인 편의점까지 합하면 3만여개가 넘는다. 포화상태다. 그런데 편의점 상당수가 죽도록 일해도 최저임금도 못 벌고 온갖 불공정에 시달린다.
 
편의점은 보통 본사가 매출의 35%를, 점주가 65%를 가져가는데 이중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재료비 등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쯤되면 착취다. 최근에 접한 불공정행위 중에는 회계장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이곳은 후발주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가맹본사들보다 수수료를 점주들에게 3% 더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어느 순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장부상에는 계속 3%씩 지급한 것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 곳의 편의점 태반이 한계(부진)점이라고 한다.
 
가맹본사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다. 분당 역세권에서 가맹점을 하고 있는 민원인은 본사가 제시한 매출액을 믿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1년 넘게 매달 700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 인천에서 편의점을 하는 민원인도 본사 예상매출액 정보를 믿었지만 부부가 주말도 없이 맞교대로 일해서 쥐는 돈이 겨우 150만원이다. 광교에서 편의점을 하는 민원인은 가까운 거리에 같은 기업 대형마트가 입점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고, 끝내 폐점했다.
 
점주가 가맹점을 2~3개씩 운영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조차 “1개 점포로는 최저임금도 안 되니 여러 개를 경영하라”는 본사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점주야 어찌되든 점포가 늘고 물건이 하나라도 더 팔리면 이익을 보는 본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자살한 편의점주가 속했던 가맹본사에 전수조사를 촉구했고 한계(부진)점의 경우 폐점을 원할 경우 영업위약금을 한 푼도 받지 말 것과 본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낮출 것을 촉구했다. 요구사항이 모두 관철되진 않았지만 의미 있는 개선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계(부진)점 폐점 시 가맹본사가 위약금을 받지 않도록 합의를 끌어낸 경우, 본사가 직영점으로 인수하도록 해 분쟁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폐점에 따른 물품보증금을 본사가 지급하지 않아 고통 받던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편의점 외에도 판촉행사 강요나 인테리어 갑질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개별 사안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을(乙)의 지위를 향상시켜 스스로 대항력을 갖추고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3년 7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권 등 가맹 점주들이 본사의 불법·불공정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공정위가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을지로위원회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11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본사와 교섭하고 단체행동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공정위 권한을 지자체에 나누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만은 개정안을 통과돼야 한다.
 
성실하게 원칙대로 살아가는 국민들이 성공하는 대한민국을 바란다. 아니 지옥 같은 현실에서 성공은 둘째 치고, 공정한 경쟁이라도 가능도록 국민의 혈세와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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