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200조원·기업부채 1300조원·공공부채 1000조원. '부채 공화국'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최근 가계부채가 연내 1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주 공공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산 넘어 산, 한국 경제에 근심이 가득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Aa2)로 올린 사실이 무색할 지경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비금융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는 95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58조6000억원)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6%포인트 오른 64.5%에 달한다. 국민 1인당 1891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규모다. 올해 늘어난 국채 발행액 50조1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0조원을 돌파한 셈이다.
무서운 것은 부채의 증가 속도다. 처음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공공부채의 규모는 753조원이었다. 하지만 3년 만에 204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중앙정부의 부채는 매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 채무 규모를 보면 1997년 GDP의 11.9%였지만 내년에는 40%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쯤되면 공공부채의 주범이 중앙정부 부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중앙정부의 부채가 이처럼 급속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저성장 속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적자재정 정책을 펼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낙관적 경제성장률 전망에 근거한 예산 편성의 결과로 세수 부족이 잇따른 점도 이유를 보탰다.
정부는 여전히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괜찮다'고 말한다. 당장의 수치만 보고 안이하게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걱정스럽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정상화 과제도 수행하고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재정 개혁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흡하다.
재정건전성은 한국 경제의 신인도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다. 더 늦기 전에 부채 증가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 예산과 기금, 공기업, 연금 등 공공부문의 총체적 재정구조 개선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채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 안이한 부채 관리로 다음 세대에 손도 못 댈 '부채 공화국'의 오명을 넘겨줄 수는 없지 않는가.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의지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박진아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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