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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사태' 태고종 총무원장·비대원장 실형
법원 "부끄러운 행태…종교인 초심으로 돌아가라"
2016-04-12 17:03:17 2016-04-12 17:04: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한국불교 태고종 종무집행권을 둘러싸고 폭력사태를 주도한 총무원장과 비상대책위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총무원장 도산스님(현 태고종 총무원장)과 비대위원장 종연스님(전 태고종 총무원장·19대)에게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또 함께 폭력에 가담한 승려 11명에게도 각각 징역 10개월~1년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단 내부의 일을 속세의 법으로 심리할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재판장으로서 매우 유감"이라며 이례적으로 양형 이유를 길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들 중 한명이 말한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의 의미를 곱씹어 봤다"면서 "넓지 않은 호수에서 싸우다 자기들만의 옹달샘을 만든 게 지금의 형국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종교인에게 요구하는 건 호수에서 안주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이 증발할지언정 사막으로 나가 자신을 불태우는 게 아닌지 감히 생각해 본다"면서 "종법이 속세의 법보다 우선한다는 말이 있으나 속세의 기본 정신 정도는 지켜야 하며 종단 지도자로서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종종 초등학생들이 법정을 방청하기도 하는데, 만일 학생들이 '왜 스님들이 피고인인 돼 재판을 받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혔을 것"이라며 "재판장이기 전에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행위는 종교 지도자는커녕 다 큰 어른들의 행태라고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금 선고하는 판결이 최근에 이룬 합의처럼 종단 갈등에 대한 임기응변적 미봉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교인이 됐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성찰하고 인간의 기본 예의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비대위 측 종연스님 등 2명은 2014년 11월쯤 총무원사를 접수하고 종무집행권을 장악하려고 비대위 총무부장 산하 경비·의전을 담당하는 호종국장에 폭력조직 부두목 출신 승려를 임명시켜 총무원사를 장악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종연스님 등 4명은 호종국장이 소집한 비대위 소속 승려 12명과 함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사에 망치·절단기 등을 소지해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들은 총무원 집행부와 총무원 직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폭행을 휘두른 혐의도 있다.
 
총무원장 측인 도산스님 등 총무원 집행부도 비대위 승려들로부터 총무원사를 다시 빼앗는 과정에서 폭행사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 맞서려고 용역을 동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태고종 폭력사태'로 폭력 혐의를 받고있는 스님들이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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