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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김희철, 음악까지 잘하는 만능 '돌I'
2016-07-13 09:31:35 2016-07-13 09:31:35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은 요즘 방송가에서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이죠. JTBC '아는 형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하고, 여자 게스트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장난을 치며 짓궂은 농담을 던지는 '돌I' 캐릭터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의 인기 상승세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죠.
 
◇슈퍼주니어 김희철(오른쪽)과 트랙스 김정모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예쁘장한 외모의 김희철은 데뷔와 동시에 남다른 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팀내에서 음악적 비중이 크지는 않았죠. 슈퍼주니어의 멤버들이 워낙 많았던데가가 김희철이 팀의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김희철은 대중들 사이에서 단순히 끼 많고 재미있는 멤버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김희철을 실력 있는 가수 또는 뮤지션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는데요.
 
김희철이 이와 같은 대중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을 만한 앨범을 내놨습니다. 지난 12일 트랙스의 김정모와 함께 새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종합선물세트'라는 타이틀의 이 앨범은 두 사람이 선보이는 두 번째 미니앨범입니다.
 
타이틀곡은 '울산바위'인데요. 정통 트로트곡입니다. 아이돌 가수인 김희철과 록밴드의 멤버인 김정모가 트로트 음악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이채로운데요. 음악팬들에게 그저 웃음과 재미를 주려고 내놓은 앨범은 아닙니다. 김희철과 김정모의 음악성과 뮤지션으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인상적인 보컬 실력을 선보이는 김희철은 전곡의 노랫말을 썼고, 김정모는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정통 트로트곡인 '울산바위'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고백할 타이밍을 놓쳐 그 마음을 꺼내 보지도 못하고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내용을 담은 노래인데요. 곡의 애절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구성진 창법과 "세월 흘러가도 내 님을 기다리겠소. 난 당신만의 울산바위라오"라는 곡의 하이라이트 파트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뮤직비디오에는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정채연이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2번 트랙의 '바나나쉐이크'는 밝고 경쾌한 사운드의 펑크 장르의 곡입니다. 처음 만난 여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남자의 자신감을 담은 위트 있는 가사가 담겼는데요.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기분을 연주한 기타 테마 역시 매력적입니다. 실력파 기타리스트 김정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스타일의 보컬을 선보이는 김희철의 활약 역시 돋보입니다.
 
그리고 '수필'은 정통 록 발라드곡인데요. 헤어진 연인을 아직 완전히 잊지 못한, 잊고 싶지도 않은 남자의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노랫말이 돋보입니다. "어둑한 새벽 이슬 맺힌 잎을 바라보는 풍경, 커튼 사이로 조금의 빛이 서서히 비춰질 때", "마음 속에 크게 자리 잡았던 그대가 푸른 빛의 멍으로 번지고 있네요. 혹여나 지워질까 흉터로 잡고 있죠. 이대로 사라질까 난 겁이 나. 아직 잊지 말라는 나만의 바람이기에"라는 내용입니다.
 
'종합선물세트'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겆맞게, 김희철과 김정모는 이번 앨범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데요. 하드코어 곡인 'No 답'도 수록됐습니다. 매너 없는 댓글 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가 담긴 곡인데요. 곡 전체를 이끄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직설적인 랩이 인상적입니다. 밴드 버스터리드의 보컬 노대건은 피처링에 참여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김희철과 김정모가 지난 4월 발매했던 노래 '나르시스' 역시 이번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걸그룹 마마무의 휘인이 피처링에 참여한 곡이죠. 가사에는 헤어지는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남자의 마음과 이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아픈 마음이 담겼습니다.
 
김희철과 김정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트렌드와 흥행 공식에 맞는 노래를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이 담긴 자신의 음악을 소신 있게 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끼 많은 예능인으로만 알려졌던 김희철, 그리고 오랜 시간 음악적 역량을 갈고닦아온 김정모가 뮤지션으로서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놨네요.
 
< 김희철&김정모 미니 2집 '종합선물세트'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열정과 소신, 뮤지션의 필요충분조건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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