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더는 사업하기 싫다”
김덕용 KMW 대표 “은행은 고리대금업자”…중국·베트남으로 공장 이전
2016-08-16 16:19:08 2016-08-16 16:19:08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사업하기 싫어졌다. 국내 공장들을 다 정리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겠다.”
 
무선통신 기지국에 장착되는 각종 장비와 LED 조명 등을 생산하는 중견기업 KMW의 김덕용 대표의 결심이다. 푸념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위치한 본사 공장은 이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수출용 제품을 포장하는 직원들과 이사용 짐꾸러미를 포장하는 이들이 뒤섞여 분주하게 움직였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 공장 시설은 베트남으로 옮기고, 안성과 천안 공장도 조만간 정리한다”고 말했다.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대표가 12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본사에서 새로 개발한 통신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대표는 1991년 아파트 전세금을 빼 1인 회사를 창립한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로 연매출 3000억원 수준의 글로벌 무선통신 장비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출로 눈을 돌렸다. 2013년에는 2억달러 수출의 탑과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지만 요즘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고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도 문제지만, 거래 기업과의 상생정신은 찾아보기 힘든 주거래 은행들의 행태에는 절망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KMW는 최근 LED 조명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했고, 다가올 5G 시대를 대비해 4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매년 투자하면서 재무제표상 수백원억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문제 삼아 KMW를 ‘좀비기업’으로 낙인 찍고 자금상환을 압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회사 상황이 좋았을 때는 빚을 갚겠다고 해도 갚지 말라고 하던 은행들이 지금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상환 독촉을 한다”며 “한 은행은 4%대에서 7%대로 이자를 올렸고, 지난달에는 대출을 연장하면서 12%대 이자를 요구했다. 고리 대금업자와 뭐가 다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국에서 더 이상 기업할 이유가 없다. 연말까지 국내 자산을 다 팔아 은행 빚을 갚고 나가겠다”며 “중국 기업에 제품 아웃소싱을 맡기고, 인건비가 싼 베트남 공장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적자를 각오하고 고집스레 추진한 연구개발은 최근 결실 직전이다. 무선통신 장비분야에서는 핵심 부품들의 크기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해 해외 고객사와 현지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LED 스포츠 조명 분야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방송기구(OBS) 인증을 받은 업계 내 유일한 기업이 됐다. 지난해 미국 뉴욕 양키스 홈구장에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기술력 하나 믿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몇 년간 준비해온 시장이 이제 열린다”며 “과연 우리가 좀비기업인지 아닌지 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김 대표는 현재 권력 핵심부와의 유별난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박근혜 대통령의 직속 후배이며, 친박계 큰 형님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을 사위로 맞아 서 의원과는 사돈관계다. 그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조차 떠나는 나라, 중소기업에게는 고난 뿐인 대한민국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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