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부 어설픈 총량관리…가계부채 잡을까
2016-10-12 16:34:06 2016-10-12 16:34:06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우회적인 방식의 대출 총량규제를 시사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은행이 연초에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와 현재 대출 규모를 비교해 은행 스스로가 대출 총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걸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연말 평가를 앞두고 은행 간, 지점 간 대출실적 성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각 은행 본점에서 영업점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공지해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은행에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실적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을 통한 우회적 총량관리가 아닌,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의 선의를 기대하기보다 적당한 수준에서 시장을 제어해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DTI와 LTV를 낮추면 대출 가능 한도가 낮아져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당국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당국이 DTI·LTV를 건드리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인 총량 관리로 가계부채를 단기에 과도하게 억제하면 경제전반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물론, 임 위원장의 말처럼 갑작스런 총량규제는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총량 규제에 따르는 부작용과 시점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이 국가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부동산 경기 떠받치기에만 급급하다는 점이다.
 
지난 10월1일에 시작한 '보증제도 개편'이 그 예다. 금융위는 지난 8월25일 집단대출 보증율을 보증기관 100% 보증에서 90% 부분 보증으로 축소해 은행의 책임성을 높이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규제는 10월1일 이후 분양 공고 만을 규제하는 방안이라, 현재 혹은 이전에 시행된 집단대출에는 손댈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투기 목적으로 집단대출을 받아 분양권 장사를 하는 떳다방을 제재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문제다. 집단대출을 받는 사람은 주택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 이거나 투자를 목적으로 여기저기 사 둔 뒤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떳다방 업자로 나뉜다. 떳다방 업자의 거래에 패널티를 부여하면 실제 집이 필요한 사람이 제값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고, 가계부채 총량도 자연스럽게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이라도 금융위는 건설 당국과의 협의 하에 집단대출 참여자를 분류하고 필요시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DTI·LTV를 적용했을 경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위축이 무서워 소극적인 가계부채 대책으로 일관하다 다시 금융위기라는 더 큰 국가적 재앙을 가져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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