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뻔뻔한 여당의 대표 이정현
2016-12-14 11:35:45 2016-12-14 11:35:45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는데 복심(腹心)은 오히려 더 당당하다. 집권당 대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이제는 온 국민의 패러디 대상이 됐지만 옆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말 같다. 오는 21일 사퇴를 공식 선언했지만 후일을 도모하는데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사태로 인한 비박계의 공세에 마지못해 오는 21일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명분은 당 수습이었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을 수습한 후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유다. 그러나 그 이후 이 대표의 행보가 당의 수습이 아닌 폐족으로 몰린 친박계를 위한 심폐소생술이었음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박계를 맹비난하고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동반사퇴를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보다 자신이 먼저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대표의 심폐소생술은 정진석 원내대표 및 원내대표단이 지난 12일 사퇴하면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까지 이 대표와 동반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던 정 원내대표가 갑자기 사퇴를 표명한 이유에 많은 해석이 뒤따랐다. 비박계 등의 추대를 받아 이 대표 사퇴 이후 당을 이끌 것으로 점쳐왔기 때문이다. 결국 친박계의 사퇴 압박이 강력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 원내대표가 사퇴의 뜻을 밝힌 직후 친박계 지도부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선거관리위원장과 선관위원을 일사천리로 선정했다. 아울러 다음날 바로 공고를 내고 16일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에 뽑히는 원내대표가 이 대표 사퇴 이후 ‘당 대표 권한 대행’을 수행하면서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친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한다는 점이다. 비대위원장 직을 놓고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 그 자신이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할 수도 있다. 친박계는 이번 선거를 통해 친박계 원내대표 선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것이 자기들만의 살길을 먼저 마련하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던 이 대표의 행보는 이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보가 친박계의 살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그 누가 항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이 대표는 당 윤리위가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 방침을 확정하자 나머지 정원 8명을 친박계 인사로 채웠다. 이에 이진곤 윤리위원장 및 위원들이 집단 사퇴했다. 이 대표는 끝까지 비열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최용민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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