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조기 대선과 함께 금융감독체계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보니 소비자 보호에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그 당사자인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 개편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이유로 들며 감독체계개편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과주의 확대와 인적 쇄신, 건전성 강화 등 금융권에 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이 분리됐을 당시에도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허점도 존재했다. 금융위 주장대로 체계를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현 체계를 유지하자는 것은 문제를 그냥 덮어두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금융위에 감독 책임을 묻고 벌을 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아무 변화 없이 넘어가겠다는 태도는 곤란하다. 지금의 금융감독체계에서 민생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소비자 피해도 극심해졌다. 금융시장을 육성하는 '엑셀'과 감독하고 제어하는 '브레이크'를 줬는데, 계속 엑셀만 밟다 보니 끊임없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만들어진 지금의 감독체계는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가계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금융위가 "빚내서 집 사라"는 분위기를 조성한 이후로 때아닌 부동산 투자 붐이 일면서 너도나도 능력 이상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은 탓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어해야 할 감독 기능은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 등 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잇따라 터졌다. 국가 기간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국민의 혈세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우려만 키우고 있다.
저축은행이 파산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돼 엄청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이 마비된 사이 일반 국민들의 재산과 개인정보가 취약한 상황에 노출된 셈이다. 이쯤 되자 지금의 감독체계가 유지된다면 지난 10여년의 과오를 반복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마져 나온다.
이전보다 더 큰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높다. 금융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부실기업 도산, 부동산 시장 경직 등으로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금융위가 문제를 직시하고 고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비관적인 전망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금융위는 이제라도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각오로 내적 금융개혁에 돌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감독체계개편이 필요하다면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설령 그로 인해 입지가 줄어든다 해도 금융시장이 살아나고,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다면 그 길을 택해야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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