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탄핵 대통령이 웃으면 국민들은 슬퍼진다.
2017-03-14 06:00:00 2017-03-14 06:00:00
정경부 최용민 기자.
취임 4년 만에 사저로 돌아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웃는 낯이었다. 관용차 창문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차에서 내려서는 웃는 얼굴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자신을 응원하는 피켓에 손수 사인도 남기고, 지지자들과 셀프카메라를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말 그대로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텔레비전 화면만 보면 영락없이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사저로 복귀하는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청와대에서 쫓겨난 대통령이다. 촛불집회가 혁명을 이끌었고,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근거해 파면을 결정했다. 일부 지지자들을 빼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탄핵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쫓겨나면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지지자들과 악수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유죄 여부를 떠나 그의 얼굴에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반성의 낯빛이 있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끝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짧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탄핵된 대통령이 현직 국회의원에게 대독을 시킨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민 의원이 대독한 메시지는 더욱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에 결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헌재 판결에 승복할 수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 앞에 내놓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로 국민들이 열망하는 국민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 보수층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헌재 불복’ 시위가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지지층을 향해 결집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고, 검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했던 인물이 아닌가. 티끌만한 억울함이 있어도 전 대통령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주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자신의 지지층을 ‘방패’ 삼으려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탄핵 대통령이 웃으면 국민들의 마음은 슬퍼진다.
 
정경부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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