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 최용민 기자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말 따라하는 것일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막말 뿐 아니라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홍 후보는 대선 출마 직후 직설적인 발언으로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기에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이제는 언론을 대하는 태도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 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달 31일 한국당 최종 대선 후보 확정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락없이 ‘트럼프’의 모습을 보여줬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내가 예전에 다 말했다”며 자세한 답변을 생략했고, 한 기자에게는 “꼭 못된 질문만 한다”며 면박을 줬다. 친박 청산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그 언론사가 바라는 것이겠지”라며 질문한 기자의 말문을 막았다.
홍 후보의 이 같은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 후보는 지난달 2일 SBS 생방송 8뉴스에 출연해 앵커에게 “자꾸 별로 기분 안 좋은 질문만 하는데, 김 본부장(앵커)은 박근혜 대통령 비판하고 잘렸다가 언제 돌아왔느냐”며 인터뷰와 상관없는 앵커의 신상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음번에 올 때는 기분 좋은 질문을 해달라”고 말해 앵커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홍 후보의 이 같은 태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대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관련 보도를 모두 ‘가짜뉴스’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신문을 보거나 TV를 켜면 백악관이 혼돈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자신의 강한 어조가 이번 대선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갈 곳을 잃은 보수층 표심이 강한 이미지의 홍 후보에게 일부 모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일이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기는 힘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10% 내외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여론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홍 후보가 10% 내외의 극우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이 같은 '막말 인사'가 전통의 집권당이자 현재도 93석을 가진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는 사실이 한국정치사에 '흑역사'로 남을 수 있다.
최용민 정경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선영 아이비토마토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