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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희망퇴직 확대 '역주행'…"청년일자리 위해 불가피"
국민·우리은행 등 하반기 추가 희망퇴직 계획…"가용인력 한계에 따른 선택 불가피"
2017-05-31 08:00:00 2017-05-31 11:03:20
[뉴스토마토 이정운 기자] 은행권이 하반기 대규모 추가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금융의 발달 등으로 지속적으로 직원을 축소하고 있는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청년 일자리 확대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신규 채용 규모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은행(000030)과 국민은행이 올 하반기 희망퇴직을 추가로 추진한다. 또한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타 은행 상황을 봐가면서 희망퇴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따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신규 채용을 확대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용 인원의 한계가 나타나면서 기존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하반기 희망퇴직 추진과 관련해 나머지 시중은행들 역시 희망퇴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먼저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을 늘리는 대신 인건비 여유를 청년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희망퇴직자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숫자만큼 신입행원 채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희망퇴직 한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올해 초 한 차례 희망퇴직을 통해 대규모 인원을 내보낸 바 있지만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임금피크제 대상 희망퇴직 실시를 정례화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임금피크제 대상 희망퇴직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같은 두 은행의 움직임에 따라 희망퇴직과 관련해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과 재작년 말에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올해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또 신한은행은 보통 연초에 희망퇴직을 1회 실시한다. 올해는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모바일과 인터넷 등 비대면채널이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중복 점포 정리도 진행 중으로 인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서 일자리도 늘려야하는 상황이라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 은행들의 직원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역피라미드와 항아리형 인력 구조로 구성된 직원 분포도 해소를 위해 인력 효율화를 추진해온데다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비대면 채널 거래가 늘어나면서 점포와 인력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3월 기준)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전체 직원 수는 5만9059명으로 이는 작년 같은기간(6만3877)과 비교해 4818명이 감소했다. 6만명대의 직원 수가 5만명대로 규모가 쪼그라든 것이다. 
 
지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의 경우에는 이미 대규모 점포 통폐합 추진을 통해 전국 점포의 80%를 축소하려고 나서자 이에 금융노조와 내홍을 겪기도 했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맞춘 일자리 창출 과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오히려 정년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늘려야한다는 방법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희망퇴직자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숫자만큼 신입행원 채용을 늘리거나 정규직 전환 비율 조정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검토 중인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새 정부의 청년층 일자리 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동시에 고연봉 관리직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생긴 고비용 구조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에 따라야하는 은행권이 시장상황과 정책 부양책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은 시중은행들의 본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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