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누구의 것도 아닌 ‘서울광장’을 기다린다
2017-05-31 06:00:00 2017-05-31 06:00:00
결국 행정대집행(강제철거)으로 끝이 났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흉물스러운 텐트와 천막을 일제히 걷어냈다. 이런 종말은 이미 예고됐다. 보수단체인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탄무국)'는 서울광장에 일명 애국텐트라 불리는 텐트 40개동과 천막 등을 설치한 후 버티기로 일관했다. 장장 130일이다. 서울시는 수차례 변상금을 부과하며 자진철거를 종용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광장’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탄무국이 불법 점거하는 동안 서울광장은 혐오의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탄무국 회원들은 서울광장 한편에서 취식을 하거나 술을 마셨고, 시민들은 평소 가로지르던 광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거나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심지어 탄무국은 초반부터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서울시는 형평성 차원에서 세월호 천막 14개 중 허가받지 않는 천막 3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예정돼 있던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무단 점유가 시작된 지난 1월21일부터 취소되거나 연기된 행사만 33개. 매년 3월에 진행되던 잔디 식재작업마저 늦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울시는 텐트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작업을 진행됐다.
 
역사적으로 광장은 줄곧 시민의 공간이었다. 시대의 소용돌이마다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다양한 생각을 분출했고, 필요하면 단일한 의견으로 뜻을 모았다. 그런 장소를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아고라(Agora)라 불렀고, 누구는 ‘촛불광장’이라 부른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탄핵정국에서 1600만 시민들이 모인 곳도 광장이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재벌개혁 등을 외치며 또 하나의 광장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었다. 비록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와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시민들이 두 개의 광장으로 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누구도 광장을 독점하진 않았다. 2017년 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탄무국이 외치던 구호는 동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텐트와 천막을 걷어낸 자리는 여전히 지난 겨울에 머물러 있다.
 
천막이 걷힌 자리에, 서울시는 서둘러 잔디 식재작업을 재개했다. 서울광장이 온전한 모습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광장이 다시 푸른 잔디로 뒤덮이고 시민들에게 개방될 때, 그때의 서울광장은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한 시민의 광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