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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개혁 신호탄…이재용체제 본격화
권오현 퇴진 등 대대적 물갈이 예고…이상훈·정현호 부상 전망
2017-10-15 18:12:38 2017-10-15 18:12:3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재용발 ‘인사폭풍’이 시작됐다. 권오현 부회장 용퇴는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결단으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삼성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빠르면 이달 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사장단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가 단행된다. 그간 이건회 회장 체제와 사실상 동거해온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세대교체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전 미래전략실 소속 핵심 인사들이 중역을 맡아 이재용 친정체제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5일 “권 부회장 퇴진은 JY(이재용)의 옥중 결단”이라며 “JY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14조5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발표한 지난 13일 퇴진을 알려 세간을 놀라게 했다.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기폭제로 받아들여졌다.
 
이 부회장은 그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가신들과 동거체제를 지속하면서 무리한 인사를 자제해왔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쓰러진 뒤 사실상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3세 체제가 시작됐지만 연말 사장단 인사 폭을 줄이는 등 변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인사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건너뛰었다. 올해 5월 계열사별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역시 사장단인사는 보류했다.
 
이 회장도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일정 기간 선대 회장 측근들과 경영을 함께 했다. 이병철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소병해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 자신의 뒷조사를 한 이유로 소 실장과 관계가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영권을 잡자마자 곧바로 경질하지 않았다. 그룹 내 반발이 클 것을 염려해 1987년 회장 취임 후 3년 뒤인 1990년 소 실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부회장도 부친 사람으로 분류되는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등을 중임하며 조직의 안정을 기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세대교체를 앞당기게 됐다. 지난 2월 인적쇄신안 발표와 함께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최 실장과 장 차장 등 미전실 핵심 인사들이 전원 퇴진했다. 권 부회장도 2011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해 당시 삼성전자 세트사업을 맡고 있던 최 실장과 투톱을 맡는 등 부친 세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후속조치로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엔 사장단인사가 단행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사장급 이상 대부분이 물갈이될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과 정현호 전 미전실 인사팀장이 핵심으로 부상, 과거 미전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전통적으로 그룹 총수를 보좌해온 재무통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 사장은 현 보직 이전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맡았었다. 정 전 팀장은 미전실 해체로 팀장급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며 회사를 떠났지만 이 부회장이 다시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팀장은 이 부회장의 유학 시절 곁에서 보좌하는 등 신임이 두텁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외 나머지 계열사는 조직 안정을 고려해 인사 시점이 계속해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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