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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입은 학생도 민주시민, 교실로 스며든 ‘민주주의’
학생도 토론수업 갈증·입시위주 교육환경에선 한계점 존재
2017-11-20 06:00:00 2017-11-20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도입한 ‘서울형 민주시민교육 논쟁수업’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형 민주시민교육 논쟁수업이란 학생들이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자신의 찬·반 입장을 정하고, 대화와 비판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업이다. 
 
19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보이텔스바흐 합의’ 정신에 기반한 서울형 토론수업 정책연구를 진행해 왔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란 지난 1976년 통일 전 서독에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회현안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합의한 교육원칙을 말한다. 
 
시교육청은 올해 1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6월에는 관련 안내 자료를 서울의 각 중·고등학교에 보급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직접 현장수업에 참여할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  
 
관련 조례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 박기열 의원(더불어민주당·동작3)과 서윤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은 서울 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안을 각각 발의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에 민주시민교육 관련 조례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위해서라도 민주시민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토론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단 평가다. 대일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남우현(18)군은 “선생님이 주도해서 수업하기보다는 우리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통해 답을 얻는다”며 “엄격한 중립을 지키기보다 스스로 논쟁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환경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토론수업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과 일부 교사들은 보다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993년 ‘민주시민교육 지도자료’를 전국 학교에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원태 학교시민교육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당시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길 희망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면서도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본 전제들 중 해결되거나 만족스럽게 진척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개별 교육청이 아닌 국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유현 상명고등학교 교사는 교실 안에서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선 국내 교육의 현주소와 학생, 교사 등 학교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교사는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과 기능 중심의 직업교육이 이뤄지는 현실에선 분명 한계가 있다”며 “교육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입법을 통한 교사의 정치적 자유 및 청소년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수업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일부 학생들도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는 토론형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성진(18)군은 “학교에서는 일반 교과수업 외에 토론형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자사고에서는 토론수업을 임의로 만든다 하더라도 수행평가 위주의 아주 일부만 도입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토론형 수업이 필요한 이유로 ‘소통’을 언급했다. 김 군은 “주변에 친구 중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토론이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말하고, 소통을 배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고등학교에서 ‘혐오 표현 대 표현의 자유’란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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