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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2017 금융권) 인터넷은행 출범부터 채용비리까지 '다사다난'
저금리에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인터넷은행 본격 출범 등 4차산업혁명 시작
은행권 채용비리·금융지주사 회장-행장 분리…·지배구조 변화
2017-12-28 08:00:00 2017-12-28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유년(丁酉年) 은행권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변화와 요구 속에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저금리 기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또 정권교체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됐고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채용 비리 등 금융개혁 과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7년 한해 은행권을 달궜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본다.
 
정유년 은행권은 역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사진 왼쪽부터)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본사전경. /뉴스토마토
 
◇ 최대 실적 달성한 시중은행, 저금리에 웃었다
올 한해 시중은행은 저금리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부산·광주은행 등 국내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조5000억원)보다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11년 13조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여기에는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대손비용(손실에 대비한 충당금 전입액)이 9조3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 가계·기업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저금리성 예금으로 조달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수익도 늘었다.
표/금융감독원
 
금융지주사 간에는 리딩뱅크를 놓고 격전도 벌어졌다. 특히 KB금융(105560)지주가 지난 8년간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신한(005450)금융지주로부터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
올 3분기 신한금융의 누적 순익은 2조7064억원으로 KB금융(2조7577억원)보다 513억원 적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086790)와 우리은행, 농협금융은 각각 1조5410억원, 1조3785억원, 7285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금융 ‘각축전’
월별로 보는 금융권 이슈. 표/백아란 기자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금융권 지각변동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메기로 등장한 것은 단연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 4월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7월 카카오뱅크까지 출현하며 지점 없이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내 손안의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출범 5일 만에 신규 계좌 100만좌를 유치하며 전체 시중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 개설 규모를 크게 상회했다.
비대면 실명 확인이 개시된 2015년 1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인 1만2000건 수준으로, 연간 기준으로는 15만5000여건이다.
 
이에 시중은행에서는 대출금리와 해외송금 수수료를 낮추고 예금금리 특판을 선보이는 등 고객 이탈 방어에 나섰다. 아직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제한) 규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확실히 불러일으킨 셈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금융환경 변화로 전통적인 은행 산업 구조 또한 무너져 내렸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에서는 디지털조직을 확장하고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반면 씨티은행 등은 비대면 중심의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점을 70%가량 없애는 등 영업점 통폐합을 이어갔다. 실제 오프라인 점포와 임직원은 3분기 기준 5795곳, 9만2699명으로 1년 새 각각 4.35%, 4.90% 축소됐다.
지난 9월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변화…금융CEO 물갈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올해 3월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에는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이 새롭게 취임했으며, 9월에는 김지완 BNK금융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각각 선임됐다.
 
수협은행의 경우 6개월간의 진통 끝에 이동빈 행장을 선출했으며, 11월에는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어 은행을 총괄하는 연합회장직에는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결정됐고, 허인 국민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도 은행권 신임 행장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며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또한 최종구 전 수은행장과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교체됐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 회장, 행장 분리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회장·행장직을 겸직하던 KB금융과 BNK금융, JB금융 등이 회장과 은행장직을 분리했다. 권력 분산과 그룹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하나금융에서는 회장추천위원회에 현 회장을 배제하는 등 경영권 승계 시스템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권 수장도 물갈이 됐다. (사진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지완 BNK금융회장, 최흥식 금감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내정자, 이동빈 수협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사진/뉴스토마토
 
◇ 입김 세진 금융노조, 노동이사제·성과연봉제 좌우…일자리·비정규직 문제 ‘과제’
금융노동조합의 입김도 세졌다. 새 정부 들어 친 노동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사외이사 추천 등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노조는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도 검토하면서 금융수장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첫발을 내디딘 곳은 국민은행으로 소액 주주 의결권을 위임받아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제안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시도는 불발됐지만, 금융권에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 도입 가능성을 제시하고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
 
또 성과와 역량에 따라 연봉을 주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임금과 복지를 논의할 산별교섭도 1년 7개월 만에 복원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삼으며 인력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은행(000030)등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전년대비 2배 수준의 인력을 채용하고,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등 정부의 방침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노동조합이 지주회자의 셀프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백아란 기자
 
◇ 곪은 환부 도려내나…수술대 오른 금융권 채용·인사 시스템
금융권에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했던 조직 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금융권 채용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은행장이 옷을 벗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실제 올 하반기 감사원 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가 드러나며 해당 부원장보와 담당국장이 구속됐다. 또 금감원이 진행한 2016년 채용에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박인규 DGB금융회장 등이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경우 2016년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국가정보원과 금감원 고위관계자, 은행VIP등의 자녀가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행장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밖에 하나금융은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받는 최순실씨의 인사 청탁으로 이상화 본부장을 승진시켰다 뭇매를 맞았다.
지방금융지주에서는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이 자사주가 조작혐의로 구속됐으며, 박인규 DGB금융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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