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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황금 개띠의 해' 금융권 개띠 CEO 달린다
위성호 '디지털'·김지완 '경영플랫폼' 앞세워 무술년 도약 도전
김창권 디지털 신사업 발굴·황종섭 경영환경 변화 대응 키워드
2018-01-02 08:00:00 2018-01-02 09:37:11
[뉴스토마토 문지훈·김지영·백아란·김형석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십간의 하나로 누런 황(黃)을 의미하는 '무(戊)'와 십이간지 중 개의 '술(戌)'로 황금 개의 해를 뜻한다. 개의 해에 태어난 인물은 용맹함은 물론 신뢰와 인정, 책임감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금융권에서 황금 개의 기운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내 금융사들은 올해 장기간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디지털 혁명이 금융산업에 보다 깊게 파고들어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며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경영 시스템 변화 등도 요구받고 있다. 개는 총명하면서도 영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무술년 개띠 CEO들의 활약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 활약 중인 개띠 CEO들은 상당수가 1950년대생이다. 특히 국내 베이비부머 세대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58년 개띠는 보릿고개 시절부터 산업화 시대를 겪으며 질곡의 고비를 넘긴 세대로 각인돼왔다. 첫 고교 평준화, IMF 외환위기 등 우여곡절을 이겨낸 세대인 만큼 특유의 성실함과 활동성이 특징으로 꼽힌다.
 
◇위성호 신한은행장·김지완 BNK 회장, 전문성 내세워 패권 경쟁 나선다
 
은행권에서 대표적인 개띠 CEO로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138930) 회장 등이 꼽힌다.
 
작년 3월 신한은행장에 오른 위성호 행장은 1958년생으로 은행권 CEO 중 유일한 '58년 개띠 CEO'다.
 
특히 위 행장은 신한카드 사장 재직 당시 빅데이터를 활용해 카드업계를 선도한 만큼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전문 역량을 살려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위 행장은 취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디지털과 글로벌을 주력 분야로 지목하며, '초(超) 격차의 리딩뱅크'를 청사진으로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산업간 진입작병이 무너지고, 격변의 금융환경이 펼쳐짐에 따라 '신한만의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빅데이터 기반 상담 서비스와 인공지능(AI)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금융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 디지털상담 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첫 모바일플랫폼인 '슈퍼앱'도 내놓을 예정이다. 위 행장이 직접 작명을 한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슈퍼앱'은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등 6개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모은 통합 앱이다.
 
위 행장은 작년 임원 워크숍에서 디지털 금융을 강조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은 더 이상 서로 다른 세상이 아니고, 같은 채널로 바라보고 고객 관점에서 제도, 상품 및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밖에 해외진출도 공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앞서 위 행장은 해외부문 수익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전 세계 20개국 158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최근 멕시코 현지법인에 대한 영업인가를 받았다.
 
위 행장이 올해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허인 행장이 이끄는 국민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지도 관심사다. 신한은행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6959억원으로 2016년 같은 기간보다 12.2% 늘었다. 국민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8413억원으로 같은 기간 58.1% 증가했다.
 
금융권 개띠 임원 중 맏형인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1946년 7월생으로 작년 9월 회장직에 올랐다. 첫 외부 출신 CEO인 김 회장은 자사주가 조작 혐의로 땅바닥에 떨어진 지주의 신뢰를 회복할 구원투수로 지목받았다.
 
특히 원만한 성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약한 이력도 있어 인맥도 탄탄하다.
 
그는 하나금융지주(086790) 부사장과 현대증권(현 KB증권) 사장, 부국증권 사장 등 금융권 전반을 경험하며 쌓은 노하우와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플랫폼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BNK금융은 내년도 그룹 경영방침으로 '그레잇 하모니(GREAT HARMONY) 2018, BNK 신(新) 경영플랫폼 구축'을 정했다.
 
또 기업투자금융(CIB)와 자산관리(WM), 디지털과 글로벌을 그룹의 4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인재 육성'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실천하기 위해 지주사 총괄 사장 직속으로 그룹인재개발원도 새롭게 개설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40여년간 증권업계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BNK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을 성장시켜 지방금융지주사 간 패권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를 2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비중이 90%를 넘는 만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유리한 보험사 인수에도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김창권·하나저축은행 황종섭 "2018년 비은행권 내가 이끈다"
 
카드업계의 대표적인 개띠 CEO로는 롯데카드의 김창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1958년 대구 출생으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이듬해 산업은행 입행했다.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 해외자산유동화부 팀장과 모건스탠리프로퍼티즈 코리아 상무이사, 삼정KPMG 전무이사 등을 역임한 투자금융(IB) 회사와 회계법인을 두루 경험한 금융 전문가다.
  
이후 부실채권과 부동산 투자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롯데그룹에 영입됐다.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2007년부터는 롯데자산개발 대표로 9년 동안 재직했다.
 
김 대표는 작년 3월 롯데카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디지털금융 신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손바닥 정맥정보를 활용한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인 '롯데카드핸드페이'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생체 정보만으로 본인인증과 함께 신용카드 결제까지 이루어지는 바이오페이 서비스가 상용화된 것은 전 세계에서 최초다.
 
김 대표는 올해에도 생체인증을 활용한 디지털금융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전쟁터 장수같은 리더십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롯데자산개발의 부동산투자사업 경험이 카드사업에서도 발휘될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개띠 대표는 하나저축은행의 황종섭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97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2010년 KEB하나은행 영업추진 1본부장, 영남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하나저축은행의 대표로 선임됐다.
 
황 대표는 2년간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역임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3분기 58억원의 순익을 내며 저축은행 업계 실적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자산 순위 15위(1조650억원)보다 높다.
 
이같은 우수한 실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그가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영환경이 내년에 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대손충당금 강화 등 금융당국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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