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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상장요건 완화,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
2018-01-11 12:58:51 2018-01-11 16:12:21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금융당국이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투자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본잠식과 계속사업이익을 폐지한다는 것은 펀더멘탈이 없는 기업의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 방안’을 발표했다. 코스닥 시장을 혁신기업 성장에 필요한 모험자본을 공급·중개하는 시장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코스닥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 상장요건 개편, 코스닥 자율성 독립성 제고, 코스닥 시장 건전성 신뢰성 강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상장요건을 대거 개편해 신규 편입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행 상장요건은 계속사업이익이 있고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시가총액 9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20억원 이상·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시가총액 300억원·매출100억원 이상 중 하나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변경되는 이익실현 상장요건에서는 계속사업이익 유지와 자본잠식 부분이 삭제됐으며 ▲법인세 차감전 계속사업이익 20억원 이상·시가총액 90억원 이상 ▲법인세 차감전 계속사업이익 20억원 이상·자기자본 30억원 이상 ▲시가총액 200억원·계속사업이익 존재 등으로 바뀌었다.
 
'테슬라 요건'이라 불리우는 이익 미실현 기업의 상장요건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 ▲시총 300억원 이상&매출액 100억원 이상이 신설됐다.
 
불확실한 기업들의 상장 허용…'우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코스닥 상장요건이 완화되면 생존이 불확실한 기업들의 진입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다.
 
지난 2000년 닷컴 열풍이 뜨겁던 시기, 투자자들은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배팅했다. 당장은 적자지만 미래 성장이 예상돼 향후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적자 기업이 코스닥 입성 후 우량 기업인 것처럼 인식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93개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247개사가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코스닥 지수는 무려 82%나 급락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닷컴붐이 있던 시절의 코스닥은 기관들이 기대감으로 투자했지만 기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시장 급락으로 이어졌다”면서 “이러한 학습효과가 지금까지 기관들이 코스닥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요건 확대…기술특례 상장 참고해야
 
금융당국이 이익 미실현 기업들의 상장 요건을 완화한 것에 대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 코스닥에 진입했던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도 아직 영업이익 실현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43개(작년말 기준)이며, 이 중 33개의 기업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77%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부실기업’을 시장에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이종우 센터장은 “몇년 전 기술특례로 상장했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지금은 흑자로 전환됐나를 한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온 것이 '상장요건 완화'고 그 요건도 점점 하향되고 있는데, 이젠 아무 기업이나 상장해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부실 기업이 상장해 주가를 올린 뒤 팔아치우는 행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닷컴버블 당시 코스닥 시장에 상장만 하면 주가가 오르다 보니 망해가는 회사에 간판만 달고 있던 기업들이 많았고, 상장 후에는 주가를 올려 기업을 팔아치우는 경영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로 인해 상장을 유치했던 기업과 승인한 거래소에 비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할 경우,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 보호 요건 보완해야”
 
금융당국의 상장요건 완화에 맞춰 투자자에 대한 보호요건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약 90%에 육박하는데, 부실기업에 대한 선별력을 갖추기 힘들고 상장폐지 후에는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지부장은 “500만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의 코스닥 정책은 항상 공급 위주였다”면서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이 급락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상장요건 완화 등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투자자 보호대책도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하는데, 정부 방안에는 엑셀만 있고 브레이크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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