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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성동조선 신규자금 투입은 밑 빠진 독 물붓기"
채권단, '독자생존 가능성' 구조조정원칙 재확인…고강도 자구안 못내면 STX도 법정관리 불가피
2018-03-08 17:00:31 2018-03-08 18:57:11
[뉴스토마토 이종용·양진영 기자] STX조선해양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성동조선해양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8일 이들 조선사들에 신규자금 투입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판단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이 없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하면서 "법원이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회사에 회생 기회를 부여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까지 언급했다.
 
STX조선 역시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강도 자구안 마련이라는 조건을 달고 생존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자구안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한달내 제출하지 않으면 성동조선과 차이가 없다고 판단해 법정관리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은과 수은은 이날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공동브리핑을 갖고 성동조선에 대해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자율협약(구조조정)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 개시 이후 8년만이다.
 
수은 등 채권단은 외부기관(한영·삼정회계법인)에 지난해 11월 재무실사와 올해 3월 산업컨설팅을 의뢰해, 성동조선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고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우 부실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올 2분기 중 자금부족 발생 및 부도가 우려된다는 컨설팅 결과를 고려해 채권단은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은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 또는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성동조선 법정관리는 인수·합병(M&A) 등 회사 측이 원하는 회생방안을 마련해 법원에 신청하기까지 1~2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회사 입장에서 부도보다는 법정관리로 가서 채무관계를 동결하고 대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는 파산이냐 회생이냐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은 사실상 사망선고라는 시각도 있다. 유동성 부족과 물량확보 불확실성 등으로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자금 지원 없이 출자전환이나 부채탕감을 해주는 것은 회사 정상화에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파산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산은은 STX조선해양에 대해 고강도 자구계획 실행과 사업재편을 추진하되 이에 대한 노사확약이 없을 경우 원칙대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 노사는 고정비용 감축, 자산매각 및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에 대한 자구계획안과 LNG·LPG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에 대한 사업재편 방안을 담은 노사확약서를 다음달 9일까지 산은에 제출해야 한다.
 
산은에 따르면 STX조선은 삼정회계법인을 용역 수행 법인으로 선정, 지난 2개월간 컨설팅 과정에서 인력 40%를 구조조정하는 등 고강도 노력을 통한 정상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STX조선은 독자 생존을 위한 고강도 자구 계획 실행과 LNG, LPG 수주 확대 등 사업 재편 아래 은행 관리를 추진하되 이제 대한 분명한 노사 확약이 없는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STX조선해양 노사확약서 징구시 정상영업을 위해 RG(선수금 환급보증서)발급을 수주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별적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만약 노사확약이 무산되거나 자구계획 미흡·미이행, 자금부족 발생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40% 인력을 구조조정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이라고 컨설팅 결과를 설명하면서 "산업은행은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더 요구를 하고 있다. 노조가 동의하고 확약서를 제출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확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며 "STX조선은 유동성에서 약간 여유가 있다는 것 외에는 성동조선과 큰 차이가 없다. 확약서를 전제로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등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 은행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견조선사 처리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TX 조선해양 컨설팅 결과 및 후속 처리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양진영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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