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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바람 불자 중·일·러, 겉으로 "환영" 속으로는 '패싱' 우려
아베, 미일정상회담 나서며 초조함 드러내…정의용·서훈 귀국, 주변국 외교도 시동
2018-03-11 18:00:00 2018-03-11 18: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주변국 외교를 통해 이들 국가의 협력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방미 일정을 마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13일 정 실장이 중국, 서 원장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일본을 각각 방문해 특사단의 방북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중국 방문 직후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른다.
 
급박한 한반도 정세변화에 특히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북풍몰이’로 압승을 거뒀다. 이후로도 북한 위협을 강조하며 군사력을 증강하고 헌법개정을 통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데도 힘써오는 것으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던 중 발표된 북미 정상회담 소식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고노 다로 외상을 통해 표면적으로 “한국 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대북 압박을 주도해온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국내 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등 냉랭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이른바 ‘재팬 패싱’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총리가 4월 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급하게 성사시킨 것에서도 이러한 초조함이 드러난다.
 
중국의 경우에도 겉으로는 북미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후 환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최근 들어 중국은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압박에 적극 동참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북미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될 경우 한반도 문제 주변국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민주정부(한국) 주도’로 통일이 이뤄지고, 주한미군이 계속 한반도에 머무는 것이다.
 
러시아는 연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밝혀온 6자회담 재개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에서 자신들의 역할론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6월부터 북중·북러·북일 정상회담이 연속으로 추진되고 한반도 평화무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00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후 5월에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7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한 북미수교와 북일 정상회담을 통한 북일수교까지 이뤄지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했으나 실현하지 못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의 꿈을 마침내 실현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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