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⑦CJ, 천선개과의 공유가치를 만들라
입력 : 2018-04-30 07:00:00 수정 : 2018-04-30 07:00:00
CJ는 창업 이래 가장 좋은 글로벌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주역>으로는 '태(泰)괘'에 해당한다. '태'는 '지천태(地天泰)'인데 땅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하늘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형국이고, 기업의 상하가 가장 잘 화합하는 것을 상징한다. 동아시아문명에서 지천태는 음과 양이 가장 잘 화합하는 것으로, 경복궁에도 왕비의 생활공간을 교태전이라고 붙인 어원이 바로 지천태다. 지금 CJ는 태괘에 들어섰고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조화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맞고 있다.

공유가치 창출 통해 담대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
 
경영리더십을 좀 더 동적으로 보면, 태괘에 있는 기업은 지금 단계에서 조금 더 담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태괘는 물 잔에 물이 반만 찬 상태고, 물을 다 채우려면 어떤 극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주역은 3개의 음양으로 된 8개의 괘를 아래와 위에 각 하나씩 배열해서 상괘와 하괘로 구분한다. 태괘의 하괘는 모두 양인 건괘이고, 상괘는 모두 음인 곤괘이다. 이것은 50대 50의 팽팽한 힘의 균형상태다. 그래서 음양이 조화를 이룬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동적인 기업의 생애주기로 보면, CJ는 이 단계를 뛰어넘어 상괘에 양이 하나 더 추가되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 음양의 균형 상태를 깨고 CJ가 글로벌기업으로 전진하는 데는 지금까지와 다른 특단의 경영리더십이 요구된다. 잔 속의 물이 절반을 넘기 위해서는 담대한 기획력과 꾸준한 실행력이 동반돼야 한다. 글로벌 CJ로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런 점에서 CJ의 경영리더십이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신봉하는 시장지상주의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체극했다. 자본주의의 메카라 할 월스트리트와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에서는 새로운 자본주의와 경영방식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졌다. 2011년에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가 새 자본주의 방식으로 제안됐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포터(M. Porter) 교수는 공유가치 창출을 새로운 경영리더십으로 설파했다. 공유가치 창출은 기업이 경제적가치와 함께 사회적가치를 고려할 때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기업뿐만 아니라 그 이해관계자들까지 새로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가치 창출이 기업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기존의 사회적책임이 기업에 일방적인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것인데 반해 이것은 이해관계자와 상호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공동생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국적 커피회사인 네슬레는 중남미 지역 커피 농가에 커피생산을 위한 소액금융과 커피 재배기술 그리고 공급망을 지원했다. 네슬레는 다양한 고급원두를 확보해 네스프레소라는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내놨고, 커피 생산기반이 부족한 중남미 커피 농가에는 안정적 수익원이 생겨났다. 공유가치 창출의 경영리더십은 포용적 자본주의 시대에서 최상의 경영전략으로 꼽힌다.

CJ, 국내 기업 최초로 CSV 전담 부서 설치
 
CJ는 이러한 사회공헌의 트렌드를 가장 잘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재현 CJ 회장은 "주변의 다양한 협력업체, 사회구성원과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기업의 책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철학에 따라 국내기업 중 최초로 CSV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CJ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은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뜻인데, 이는 공유가치 창출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1962년 제일제당은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일본 오키나와에 설탕 200톤을 수출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다만 태괘의 경영리더십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조직원리가 있다. '보상(輔相)형'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다. 태괘는 양과 음이 조화된 상태로, 국가로 말하면 임금과 재상이 조화된 모습이다. 대외관계에 집중할 제왕과 내치에 집중할 재상의 결합이 기업의 생애주기에서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동아시아문명에서는 보상형 조직운영원리라고 부른다. 제왕은 천하통일에 집중하고 재상은 나라 살림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헌법에 제헌헌법 이래 지속적으로 유지된 국무총리 제도는 동아시아문명의 보상형 원리가 녹아 있는 대표적 사례다. 지금 CJ의 경영리더십에도 보상형의 재상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글로벌기업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나무가 자라듯, 어미 새가 알을 품듯…점진적 성과 낼 문화콘텐츠 사업
 
CJ의 글로벌네트워크는 '점(漸)괘'로, 점점 좋아진다는 의미다. 점괘는 산 위에 나무가 있는 형상이다. 안 그래도 높은 산인데, 정상에 나무가 자라니까 더 높아 보인다. 산 위의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조급하지 않고 차근히 글로벌네트워크가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점괘는 여자가 결혼해서 부모의 집을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 CJ는 국내 산업생태계를 넘어 글로벌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는 단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공자는 점괘를 풀이하며 "산 위에 나무가 있어 점점 커지는 것이니, 군자는 이로써 현명한 덕을 길러서 풍속을 선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문화와 콘텐츠,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CJ처럼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파워 기업에는 최고의 기회가 오고 있다.
 
CJ의 외식 브랜드인 CJ푸드빌. 사진/CJ
 
1995년 CJ는 미국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달러(3000억원 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모기업인 제일제당으로 대표된 설탕과 전혀 연관이 없는 영화사업 개척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20여년 후 당시의 선택은 글로벌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선견지명이 됐다. 드림웍스 투자는 CJ를 식품회사에서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변신시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CJ E&M과 CJ CGV 등을 세우고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적 기반에 의존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에서 나무가 천천히 자라듯 CJ의 글로벌네트워크는 기업의 의지만 있다면 점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CJ의 계열사들은 '수(需)괘'다. 정성을 다해 기다리고 난 뒤에 큰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기다린다는 것은 그냥 막연히 기다리는 게 아니다. 정성을 다해 앞날을 대비하는 것이다. <주역>을 관통하는 중요한 철학은 '유부(有孚)하는' 것이다. 이는 어미 새가 새끼의 부화를 위해 알을 정성껏 품는 것이다. 모든 생물은 생명의 탄생만큼 정성을 들이는 일이 없다. 동아시아문명에서 미래에 대한 대비는 자식이 태어날 때 들이는 정성을 기본으로 한다. 일이 어려울 때도 유부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도 유부하라는 것이 동아시아문명의 사유이다. CJ의 계열사들은 그룹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전 정성을 다해 대비하고 전략을 마련하면서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언론보도에서 CJ E&M은 지난해 콘텐츠 역량과 국내외 사업구조 강화를 통한 이익성장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었다. CJ는 문화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할리우드 문화산업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CJ가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고 콘텐츠의 역량이 축적된다면 할리우드 등 글로벌 문화기업들과 대등하게 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때까지의 기간들은 CJ가 정성을 다하면서 기다려야 할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줘야 얻는 '익(益)'…협력사와의 공존상생이 기업 성장의 밑거름
 
CJ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느냐는 협력사와 관계를 나타내는 '익(益)괘'에 주목해야 한다. <주역> 벽괘설로 기업을 봤을 때 오너십이보다 협력사와 관계가 중요한 것은 CJ가 거의 유일하다. CJ가 크게 번창할 수 있는 것은 경영리더십보다 협력사와 관계가 더 핵심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익'은 이익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하늘을 뜻하는 상괘의 아랫부분을 떼내서 땅을 의미하는 하괘에 붙여줄 때 생겨난다. 반대로 하괘의 일부를 떼어 상괘에 붙여주면 손해라고 해서 '손(損)괘'다. 하늘의 일부를 떼어 땅에 주면 이익이 생긴다는 철학적 사유는 현대 기업경영에서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포용적 자본주의과 같은 맥락이다.
 
CJ E&M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종합한류 페스티벌 ‘KCON'. 사진/CJ
 
CJ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는 공유가치 개념은 협력사와 함께 글로벌기업으로 발전하려는 목적과 가장 잘 부합한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CJ는 동아시아문명에 바탕을 둔 글로벌 소프트파워 기업으로써 글로벌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2015년 말 경기도 수원에 준공한 CJ제일제당 통합연구소에는 대규모 종자 저장시설도 마련됐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앞으로도 생산성이 높은 종자 개발과 계약재배를 통한 가공식품 원료화, '즐거운 동행' 등 지역 농가와의 상생 등 공유가치 창출경영을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시의 기조였던 공유가치 창출과 협력사와의 상생노력이 예전만큼 눈에 잘 띄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역>의 벽괘설로 보면 태괘에 해당하는 기업의 성장동력이 총수일가와 임직원에 있는 게 아니라 협력사와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태괘에서는 최고의 가치가 경영리더십이 아니라, 협력사와 관계인 '천선개과(遷善改過)'에서 찾아진다. 이 말은 <심경>에도 나오는데, '좋은 것을 보면 옮겨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쳐진다'는 의미다. 송나라 주자도 이 말을 풀이해 "좋은 것으로 옮겨가기를 바람의 신속함처럼 하고 허물을 고치기를 우레의 맹렬함과 같이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CJ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손해더라도 협력사에 이익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 역시 공유가치 창출의 핵심이다.
 
CJ의 멀티플렉스 영화 체인점 브랜드인 CJ CGV. 사진/CJ
 
인재를 기르고 감화시키는 리더십 요구
 
CJ의 직원들은 '몽(蒙)괘'다. 어느 때보다 CJ의 경영리더십을 교육하는 게 중요해서다. <주역>에서는 '동몽을 구하면 동몽이 나를 구한다(求童蒙 童蒙求我)'라고 했다. 동몽은 어린 인재라는 뜻으로, 이들을 잘 기르면 다시 이들이 나를 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CJ가 글로벌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으려면 인재를 기르고, CJ의 경영리더십에 감화되도록 해야 한다. 동아시아문명에서 정치가 국가를 바르게 만들려면 정치로써 국민을 다스리는 것보다는 먼저 덕을 쌓아 국민을 교화하고 질서와 도덕에 바르게 만들라고 가르쳤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CJ는 기존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뿐 아니라 융복합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CJ E&M이 보유한 TV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이용자 행태 분석데이터와 CJ오쇼핑이 보유한 빅 데이터, 트렌드 데이터 등을 결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와 브랜드 상품을 큐레이션 해서 새로운 고객 경험과 접점을 만들어낸다는 게 새로운 사업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CJ E&M 측은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 디지털 플랫폼 등을 결합해 최고의 경험과 즐거움을 주는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다.
 
공유가치 창출과 같은 새로운 경영가치는 CJ의 경영리더십이 직원들로부터 동의와 공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과 나라 전체에까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CJ 경영리더십에서 필요한 것은 옛 성인들이 동몽에게 새로운 가치를 가르치듯 직원들에게 미래가치를 공감하게 하고 함께 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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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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