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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성환 "창동차량기지·도봉면허시험장 부지 개발로 좋은 일자리 창출"
"지자체서 검증된 풀뿌리 일꾼…주민들이 행복하고 자부심 느끼는 노원 되길 희망"
"노원에 터잡게 된 건 집사람 때문…처갓집 덕분에 출세해"
2018-06-21 06:00:00 2018-06-21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6·13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지역 내에선 베테랑 정치인으로 통한다. 1991년 노원구에 터를 잡은 그는 1995년 노원구의원을 시작으로 서울시의원을 거쳐 2010년부터 8년 간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을 역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책통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또 국회 보좌진으로 활동하며 국정운영과 지역행정, 의정활동을 두루 경험한 것이 강점이다.
 
그런 김 의원을 당선 직후인 18일 노원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아직 국회 의원회관으로 사무실을 옮기지 않은 상태였다. 바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김 의원의 책상 옆에는 많은 서류들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업무를 마친 김 의원에게 첫 질문으로 당선 소감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저를 국회에 보내주신 상계동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주민들이 나중에 선택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오른쪽)이 지난 13일 서울 노원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박정옥 여사,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의원은 이번 서울 노원병 선거에서 56.4%를 득표해 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27.2%)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직전 국회의원이 바른당 안철수 전 대표였다는 점에서 이 후보와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김 의원의 압승이었다. 김 의원은 “안 전 대표에 대해서 주민들이 기대를 걸었던 게 컸는데 많은 분들이 실망했다”며 “그런 게 바닥에서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노원병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물러난 뒤 18대 국회부터 최근까지 홍정욱 전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바른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지역 인물보다는 중앙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내려왔다. 김 의원은 “유명세가 있어서 바로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도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크다”며 “풀뿌리 자치단체에서 일정하게 검증되고 훈련된 사람이 국회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제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그의 정치 이력과도 맞닿아있다. 1995년 노원구 구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그는 서울시의원을 거쳐 민선 5기, 6기 노원구청장을 연달아 지냈다. 이제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다음 단계를 이제 막 밟았다. 그는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을 거쳐서 일종에 야구로 치면 사이클링 히트를 한 것”이라며 “밑바닥 주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고 국가 정책 전체를 다뤄본 경험이 있어서 앞으로 국회 의정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전국택시산업노조 대동택시분회를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의원이 노원구에 처음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그가 노원에 터를 잡게 된 것은 부인 때문이었다. 그는 “제 집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상계동 집까지 바래다 주고 했는데, 상계동이 지하철 종점 근처이다 보니 차가 끊기는 경우도 많아서 신촌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니까 차비가 많이 들었다”면서 “차비 때문에 1991년에 제가 상계동으로 넘어왔고 그 다음해에 지금 부인과 결혼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갓집 덕분에 상계동에 들어와서 출세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 최우선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그는 “서울 전체로 보면 강남북의 격차가 크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대개 일자리가 강남, 여의도에 쏠려 있기 때문”이라며 “노원이 좋은 일자리가 없는 베드타운이 된 것이 강남북 격차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원 일대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라며 “마침 노원에 창동차량기지하고 도봉면허시험장이 옮겨가기 때문에 거기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창동차량기지 개발을 본격화하면 한류의 첨병인 음악 공연장과 화장품 산업을 위한 R&D 집적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창동역사 부근에 2만석 규모의 음악 전용 극장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종의 음악 예술산업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와 중국 관광객들도 저녁에 이쪽으로 올 수 있다. 그러면 화장품 산업(K뷰티), 화장품 R&D 산업이 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 코엑스처럼 컨벤션 기능을 갖춘 호텔과 바이오 메디컬 산업 등도 이 일대에 자리 잡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구청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에너지제로 주택 사업도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에너지제로 주택 사업은 기존 건축 양식과 달리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주택 단지 모형이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포괄적으로 보면 그린 이코노미의 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선거사무소 천장에 걸려있는 지구본. 김 의원은 이 지구본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가져가겠다고 했다. 사진/박주용 기자
 
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자신의 책 ‘공존의 시대’를 건네며 ‘애향심, 애국심, 애구심’이란 문구를 넣었다. 맨 뒤의 ‘애구심’에 대해서는 ‘노원구 사랑’으로 읽혔지만 진짜 뜻은 그런 게 아니었다. ‘지구 사랑’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대답이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무한 성장 위주로 살아왔는데 지구는 무한 성장을 버틸 수 없다. 지구가 유한하다는 것을 전제해 그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치, 사회, 경제 시스템을 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사무실 천장에 걸려있는 지구본을 가리키며 “제가 이 지구본을 꼭 국회에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가르킨 지구본은 나라별 구분이 없는 실제 지구의 모습을 모형화 한 것이었다.
 
앞으로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할 김 의원이 관심 있어 하는 국회 상임위는 다름 아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였다. 그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경제,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지만 1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에너지”라며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화석연료를 속도감 있게 재생 에너지로 바꿔줘야 하는데 이 일을 하기 위한 상임위는 산자위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산자위를 1지망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희망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선수에 연연할 생각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 몇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짧게 하더라도 뜻있게, 의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스웨덴 사민당(사회민주주의 노동자당)이 집권하면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내건 슬로건이 ‘국민의 집’이었다. 당장 ‘국민의 집’ 수준은 아니라도 노원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행복하고, 자부심이 있는 동네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게 국회의원으로서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18일 서울 노원구 선거사무소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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