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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규희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고 싶은 천안 원도심 만들겠다"
"원도심 초중고 특별법 반드시 제정…교사와 일대일 맞춤형 교육"
"3번 경선 패배 거치면서도 의리 지켜…지역민들 신뢰 얻는 계기"
2018-07-03 06:00:00 2018-07-16 17:30:46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은 충남 천안 토박이로 13년 간 당과 지역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 의원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천안갑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이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이 의원은 2004년, 2016년 총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선 패배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10년 천안시장 선거에서도 낙선, 2014년은 천안시장 당내 경선에서 구본영 천안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번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당내 경선을 통과해 자유한국당 길환영 후보를 누르고 마침내 국회에 입성했다.
 
지역에서는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이 의원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럴 때마다 이 의원은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지역민들 앞에 섰다. 경선에서 연거푸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선에서 세 번이나 떨어졌지만, 그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경선에 불복하거나 당적을 옮기는 철새 정치는 하지 않았다. 경선에서 승리한 경쟁 후보를 지원하고 당을 위해 헌신하며 의리를 지켰다. 이 의원은 “경선에서 지고 나서 늘 깨끗하게 승복하고, 승리한 후보자를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 지역민들의 신뢰를 두텁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지난달 14일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희 의원을 지난달 26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배정받고, 보좌진도 다 꾸렸지만 아직까지 국회에는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기 전 지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지역 현안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있었다.
 
이 의원은 “천안시민들이 저의 진정성을 알아봐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제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고 싶은 열정 때문에 13년을 버텼는데, 이제 그 일을 할 수 있게 돼서 무엇보다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당선소감을 전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며 “여기에 의식과 문화의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국회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길환영 후보와의 대결에서 큰 격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역민들의 두터운 신뢰’를 꼽았다. 그는 “다른 정치인에 비해서 어르신들의 신뢰가 두텁다는 게 저의 장점”이라며 “일단 ‘이규희는 사람이 됐다’, ‘진정성이 있다’, ‘합리적이다’, ‘편협하지 않고 균형감각이 있다’, 이런 것이 어르신들의 저에 대한 신뢰다. 13년 동안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표차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규희가 돈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천안에서 5번 경선하고 버티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13년 버틴 것은 기적이라고 하는 분도 있다”며 “13년을 버티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지난달 13일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발표된 TV방송사의 투표자 출구조사에서 앞서자 지지자 등과 함께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안에서의 13년 정치인생은 그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사이에 맺은 인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으로 남았다. 지역 경선에서 3번이나 패했지만, 당을 옮기지 않고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를 적극 도운 것이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이 의원은 “제가 4년 전에 구본영 현 천안시장과의 경선에서 패했다. 경선 이후 바로 당일날 축하전화는 기본이고, 다음날 오전에 사무실을 방문해서 축하하고 함께 기자회견을 해서 구 시장 지지 선언을 했다”며 “선거 마지막날에는 당원들에게 감정적으로 투표하지 말고 꼭 구 시장을 지지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이렇게 깨끗하게 승복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후보가 있느냐’고 했다”며 “이런 게 쌓여서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지역 민생 현장을 함께 한 만큼 제시한 공약은 거창하진 않아도 지역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많다. 이 의원은 지역 역점사업으로 천안시 원도심과 낙후한 동부 6개 읍·면 활성화를 꼽았다. 이들 지역을 시민들이 ‘반드시 이사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 의원의 목표다. 그는 “원도심과 신도시, 도심과 농촌의 균형 발전이 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도심 초중고에 대한 특별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초등학교 학생에게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학부모들이 이사 오고 싶은 원도심을 만들 것”이라며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하려면 교사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특별지원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공약 내용 중 에티켓 교육을 초중고 정규과목에 넣겠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에티켓 교육을 추상적으로 할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국민 에티켓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며 “그래야만 배려, 교양 등 기본적인 민주시민 의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인도 절반 및 하천 제방길 아스콘 포장, 자전거 편도 대여·반납 시스템 구축 등의 공약도 현실화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 5월30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천안 원도심 활성화 성공추진과 어린이박물관 유치 등 공동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1호법안으로 ‘1층 상가 화장실 개방 지원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상가 화장실을 개방해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청소를 지원해 지역 일자리 확충에도 도움이 되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강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일단 1층 상가에 화장실을 개방해 놓겠다는 신청을 받아서 신청한 가게에 대해서는 하루에 한번 청소를 해주는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시범적으로 한 지역에 대해서 실시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평소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 의원은 곳곳에 잔디광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재충전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 지붕설치와 간판 디자인 개선, 벽돌건물 건립 지원, 전원주택 조성 등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모든 건물에 저는 시옷(ㅅ)자 지붕을 만들고 싶고, 모든 아파트에도 지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건축미의 90%는 지붕을 통해서 나온다. 지붕의 색으로 도시의 색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나중에 세월이 가고 문화재가 될 수 있는 건물이 되려면 벽돌 건물을 지어야 한다”면서 “벽돌 건물을 많이 짓는 방향으로 도시를 디자인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선 “시끄럽게 비난만 하는, 질책만 하는 의정활동이 아니라, 대안제시를 많이 하고 싶다”며 “특히 도시 디자인과 문화 선진국 측면의 대안제시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을 계기로 우리가 이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며 “모든 국민도, 정치인도 하나가 돼서 대한민국을 의식과 문화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행진, 전진을 시작해야 한다. 거기에 제가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말씀드리면서 모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지난달 26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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