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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하랬더니…재벌 지주사도 총수일가 '배불리기'
18개 전환집단 지주사, 내부거래 비중 55%…대부분 배당외수익>배당수익 구조
간판값·임대료로 총수 배불려…손자·증손회사 늘리면서 총수일가 지배력도 확대
2018-07-03 16:25:07 2018-07-03 16:25:0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주회사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등 당초 기대와 달리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회사들은 자회사·손자회사 등과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컨설팅 수수료 등 배당외수익으로 이뤄진 내부거래를 늘려가면서 총수일가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이같은 내용의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5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배당금이 주된 수입이 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브랜드 수수료와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 수수료 등의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는 김 위원장의 지적에 따라 그룹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대기업집단(이하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 18곳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봤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사 결과, 이들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등 소속 회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난해 기준으로 55.4%에 달했다. 전체 대기업집단 소속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의 평균 14.1%와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지주회사들의 내부거래 금액도 지난 2013년 9000억원 규모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2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내부거래는 브랜드 수수료·부동산 임대료·컨설팅 수수료 등 배당외수익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내부거래 방식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거래 규모가 50억원 미만의 소규모여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물론 이에 대한 기업 내·외부의 감시·견제 장치도 미흡했다.
 
18개 전환집단 지주회사들은 매출액에서 배당외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에 달했다. 18곳 중 LG 등 8곳은 브랜드 수수료 등 배당외수익 비중이 50% 이상이었다. 특히 셀트리온홀딩스(100%),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84.7%), 한솔홀딩스(78.8%), 코오롱(74.7%) 등 4곳의 배당외수익 비중은 70% 이상이었다.
 
반면 이들 지주회사의 매출액에서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0.8%에 그쳤다, 지주회사는 통상 별도 생산활동 없이 자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해 배당으로 수익을 얻지만, 이들은 배당외수익이 더 높았던 것이다. 18곳 중 SK, CJ, LG, 한진칼, 코오롱 등 11곳은 배당수익 비중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부영과 셀트리온홀딩스의 경우 배당수익이 아예 없었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자회사 지분율을 평균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지주회사일수록 자회사·손자회사로부터 배당외방식으로 수익을 많이 수취하고 있었다"며 "지주회사의 수익 확보를 위해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의존하기 보다는 배당외수익을 확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18개 전환집단 지주회사들은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 손자회사·증손회사 등을 대폭 늘려 총수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주회사의 자회사 수는 2006년 평균 9.8개에서 10.5개로 소폭 증가한 반면, 손자회사는 같은 기간 6개에서 16.5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주회사에서 자회사가 소폭 증가한 것도 대부분 지주회사 신규 편입에 따른 통계상 효과였으며,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신규 설립·인수하는 사례는 미미했다. 이와 반대로 손자회사는 주로 자회사가 신규로 설립·인수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현 지주회사 제도가 본래 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향후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하반기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예고한 김상조식 재벌개혁에 당위성을 또다시 확보한 것이다.
 
신 국장은 "지주회사가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본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와 사익 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부작용이 우려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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