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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대란 발단은 박삼구 '부당지원'"
1600억 BW인수 거절하자 공급업체 변경…기내식 무기로 부당지원 강요
2018-07-03 18:26:31 2018-07-03 18:32:41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납품업체 사장의 자살까지 낳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은 예견된 사고였다. 표면적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15년 간 거래해오던 업체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규 업체와 손을 잡은 데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게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온 독일 루프트한자 스카이세프그룹(LSG)과 계약관계를 청산하고, 이달 1일부터 신규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의 기내식 제조공장 건축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다급해진 아시아나항공은 중소 규모의 샤프도앤코를 임시방편으로 선택했다. 결국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항공기가 잇따라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에 대한 의문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코리아)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권을 이용해 금호홀딩스를 부당지원했고,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득을 요구했다는 내용으로 조사를 요청했다. LSG코리아는 2003년 기내식 공급을 위해 LSG와 아시아나가 8대 2 비율로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지난달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되기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요구했고, LSG코리아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 사이는 틀어졌다. LSG코리아는 직접 거래대상자가 아닌 금호홀딩스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배임의 소지가 있어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투자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공급계약 연장은 무산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2월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4대 6 비율로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하고, 오는 7월부터 30년간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게이트고메코리아에 투자하기로 한 533억원은 '사이닝 보너스(서명 보너스)'로, 실제 들어간 자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금호홀딩스가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BW 1600억원어치를 하이난그룹이 인수했다. 기내식 공급계약이 30년에 달하고, 하이난그룹이 BW를 20년 만기 무이자 조건으로 인수한 점 등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으로 박삼구 회장 일가가 지분 69.97%를 보유한 금호홀딩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당시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금호타이어 대주주 지분 42%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또 금호산업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분가치 상승도 꾀해야 했다. 금호산업은 알짜인 상표권 수익을 비롯해 계열사 주요 자산으로부터 자금을 걷어들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내식 거래업체 변경에 따른 노밀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은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지만, 박삼구 회장은 금호홀딩스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자금난에서 벗어났다"며 "이는 명백히 부당지원과 부당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사실상 자회사나 다름없는 합작법인을 설립, 이곳에 기내식을 몰아주고 이 과정에서 총수가 최대지분을 보유한 지배사의 자금난도 해결했다"며 "일감에 대한 이득도 아시아나가 챙긴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그룹 간 시너지를 도모할 목적으로 하이난그룹에서 1600억원을 투자받은 것"이라며 "기내식 사업자 선정은 이와 별개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첫 날이던 지난 1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빈축을 사고 있다. 박 회장이 탄 비행기는 기내식이 정상적으로 실려 정시 출발해, 총수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박 회장의 딸 세진씨가 같은 날 임원인사를 통해 금호리조트에 상무로 입사해 안팎으로부터 비판에 휩싸였다. 세진씨는 입사 이전까지 전업주부였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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