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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매출이 GDP의 절반…재벌에 의존하는 한국경제
삼성전자·현대차 매출, GDP 20%…수출·투자도 대기업 중심…'재벌 편중' 구조적 문제에 봉착
2018-09-05 15:23:11 2018-09-05 15:23:1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 경제의 재벌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10대 기업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했고, 이중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2곳의 매출만으로 GDP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5일 한·미·일 3국의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GDP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은 6778억달러로 GDP(1조5308억달러)의 44.3%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일본 10대 기업 매출은 1조1977억달러로 GDP(4조8721억달러)의 24.6%, 미국 10대 기업 매출은 2조2944억달러로 GDP(19조3906억달러)의 11.8%에 그쳤다.
 
한국의 GDP 대비 10대 기업 매출 규모는 2015년 41.5%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8%로 동일했고 일본은 25.1%에서 24.6%로 소폭 줄었다. 한국의 GDP 규모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대기업 편중도는 심각할 정도로 높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위상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242억달러로 GDP의 14.6%를 차지했다. 미국 매출 1위 기업인 월마트(5003억달러, 2.6%), 일본 1위 기업인 토요타(2767억달러, 5.7%)와 비교해 절대 액수는 적지만,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현대차가 지난해 매출 902억달러(GDP 대비 5.9%)로 2위에 올랐고, LG전자(575억달러, 3.8%), 포스코(568억달러, 3.7%), 한국전력공사(560억달러, 3.7%) 순이었다. 기아차(501억달러, 3.3%), 한화(472억달러, 3.1%), 현대모비스(329억달러, 2.1%), 삼성디스플레이(321억달러, 2.1%), 하나은행(309억달러, 2.0%) 등이 매출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이들 10대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현대차그룹 계열이 3개로 가장 많았고, 삼성이 2개였다. 매출 탑 10에 이름을 올린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 계열의 매출만 더해도 GDP의 28%였다.
 
이 같은 재벌 편중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유가 상장기업 12월 결산법인 2018 상반기 결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 총합은 402조619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GDP(883조9970억원)의 45.5%에 해당한다. 지난해 10대 기업 매출의 GDP 비중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이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5%로 다소 완화됐지만 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여전했다.
 
10대 기업의 목록도 대동소이했다. 반도체 호황과 국제유가 상승 등에 힘입은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그리고 이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 정도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을 뿐,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기업 리스트와 큰 차이가 없었다. 상반기 매출 상위 10대 기업 중 2곳 이상이 포함된 그룹사는 현대차와 SK로, 이들의 GDP 비중은 19%로 집계됐다.
 
대기업 쏠림 현상은 수출, 투자 등 경제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7년 기준 기업특성별 무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수출 공헌율은 대기업이 66.3%였다. 기업 수를 기준으로 전체 0.9%에 불과한 대기업이 한국 수출의 70% 가까이를 책임졌다. 이중 상위 10대 기업의 수출액은 1341억달러로, 전체(5714억달러)의 28.5%를 차지했다. 전년도보다 3.5%포인트 확대됐다. 산업별로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정밀, 자동차, 조선 등 대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이 84.4%를 점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31개 대기업그룹의 시설투자는 135조5000억원으로 전체 시설투자 189조8000억원의 71.4%에 달했다. 2014년 48.7%에 그쳤던 투자 비중이 3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대기업 일변도다. 산업연구원의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의 R&D 투자 비중이 전체의 62.7%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기업에 편중됐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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