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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조희연 교육감, '개인' 뒤에 숨지 말아야
2018-10-01 06:00:00 2018-10-01 06:00:00
"저 개인적 입장에서는 두발 파마나 염색은 몸의 일부에 관한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자유와 자율의 영역에 넣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학교에서 규제하겠다고 하면 수용해야겠지만, 단지 교육감 개인 입장에서 보면 진지한 토론을 하고 합의적·협의적으로 금지하는 정도까지는 가야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2019년에 학교가 그런 의미로 작동했으면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난 9월27일 오전 10시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신을 '개인'으로 지칭한 횟수는 8번이나 됐다. 하도 개인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와 질의응답에서는 "개인의 판단이라고 말하는 게 특히 공립학교에는 더 강한 영향력을 줄 것이고, 일선 학교에서는 지시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질의까지 나올 정도였다.
 
보통 공공 부문이든 민간 부문이든 관계자가 자신을 개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책임을 어느 정도 분산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조 교육감의 경우 역시, 두발 전면 자유화 정책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 그의 말대로 두발 길이는 10년 전에나 큰 논란에 휩싸일 사안이였지만, 파마·염색은 현재에도 '핫이슈'다. 서울시교육청은 파마·염색 자유화라는 결과와, 두발 학칙의 심도있는 공론화라는 과정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아보인다. 특히 학부모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학생·교사·학부모의 논의 과정부터 차분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라도 토끼를 하나라도 놓쳤을 때를 대비해 포석을 깔아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논란의 책임 소재가 흐릿해지진 않는다. 교육감은 한 광역자치단체의 초등·중등교육을 총괄하는 수장이고, 일개 개인으로 보기는 힘들다. 본인이나 시교육청도 그 점을 알고 있다. 27일 당시 조 교육감이 낭독한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를 향한 서신'에서 교육감은 개인이 아니었다. 서신은 낭독에 앞서 이날 공문의 형태로 일선 학교들에 발송됐다.
 
공문에서 개인이 아니라면, 공적 자리인 선언식에서도 개인이 아니다. 본인 주장대로 두발에 관해서 비판까지 책임질 자세라면, 좀 더 책임지고 정면 돌파했으면 한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공론화하는 과정도 물론 존중해야 하지만, 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교사 및 학부모 등을 설득하는 것이 진정 책임있는 자세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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