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 현행범 체포는 인권침해"
"경찰, 미란다원칙 위반·체포서 내용 허위 작성…적절한 치료도 못 받게 해"
입력 : 2019-03-19 14:25:00 수정 : 2019-03-19 14:26:5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버닝썬' 폭행피해 신고자 김상교씨에 대한 경찰의 현행범 체포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체포과정에서 불법성은 없었다고 단호히 부인했던 경찰 입장과 전 반대의 유권해석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9일 "강남클럽 버닝썬 폭행 피해 신고자 체포관련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폭행피해 신고자에 대한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및 의료조치 미흡부분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이같이 판단하면서, 현행범을 체포할 때 체포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할 것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당시 김씨를 체포한 수사기관인 강남경찰서장에게는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버닝썬 사태' 최초 고발자인 폭행 사건 신고자 김상교 씨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권위는 먼저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영상, 경찰관들의 바디캠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경찰의 폭행피해 신고사건 처리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해 제지하지 않은 점 △피해자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고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한 점 △신고자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던 점 △피해자의 항의에 대해 경찰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점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인권위는 "결국, 이런 문제들을 종합해볼 때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 사고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에서 당시 경찰의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특히, 사건 당시 김씨를 체포한 경찰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김씨가 사건 당시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것도 한 차례였다. 그러나 당시 경찰관이 작성한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폭행 가해자(장○○)를 폭행했다'고 기재돼 상당부분 사실과 달랐다.
 
인권위는 또 "당시 피해자는 112에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후 경찰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는데, 출동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클럽 직원의 진술에 따라 피해자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112 신고자인 피해자에게 진정하라고 몇 차례 말한 사실이 있지만, 현행범 체포 전에 피해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체포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하는 과정이 없었고, 피해자가 한 차례 욕설을 하며 약 20초간 경찰관에게 항의하자 피해자를 갑자기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후 3분 만에 체포한 것으로, 이는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경찰의 이같은 체포행위는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 등을 어지럽히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 피해자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했던 사정,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 남용으로 피해자 김씨의 신체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씨 체포과정에서 경찰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것도 인권침해 사항으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피해자를 넘어뜨려서 수갑을 채운 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말하는 내용은 확인되지만, 피해자가 폭력으로 대항하는 등 사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김씨가 지구대에서 폭행당한 부분에 대한 병원치료를 요구했지만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상태로 적절한 의료조치 없이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하게 했다가 경찰서로 인계한 행위는 피해자로 하여금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피해자의 건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다만, 김씨가 체포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씨가 해당 경찰관을 경찰에 고소해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따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김씨 어머니 A씨는 "지난 2018년 11월24일 친구 생일모임 초대로 서울 강남 봉은사로에 있는 '버닝썬'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버닝썬 측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는데도 오히려 경찰관들이 체포과정에서 김씨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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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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