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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갑질' 표현, 모욕죄 해당 안 된다"
'벌금형' 항소심 파기환송…"불쾌감 유발하나 죄 아냐"
2019-06-09 09:00:00 2019-06-09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갑질'이라는 표현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되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은 "박씨와 건물주의 관계, 박씨가 전단을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과 전후 정황 등을 위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박씨가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지난 2016년 1월 대구의 한 건물 1층을 임대해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해당 건물을 새로 산 소유자와 화장실 사용 문제로 다퉜다. 이에 박씨는 이듬해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원장'이란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 500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100장 배포하고 15장을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용실 정문에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갑질'이란 표현이 들어간 전단 배포 및 부착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1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박씨는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권력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박씨는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갑질을 하는 건물주를 대상으로 공소사실과 같은 전단 배포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나, 화난 사람이 피고인인 점, 피해자가 박씨의 전단 배포 후 주위 사람들에게서 갑질을 했는지 문의를 받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박씨의 전단 배포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에 해당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도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박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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