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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헬로 65세, 누구나 정년은 온다
2019-07-01 06:00:00 2019-07-01 06:00:00
쉰여덟 살의 전직 세일즈맨 토미히로는 자신의 노후로 '캠핑카 여행'대신 '재취업'을 결정했을 때만해도 어느정도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의 경력 정도면 일할 곳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재취업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으로 고용지원센터를 찾은 그곳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끼던 그는,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라는 말에 무너진다.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안간힘을 다해 정리한 끝에 돌아온 업무가 빌딩 경비나 청소라는 건 슬프지 않아?"
"정년이라는 게 미리 경험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인생의 반을 훌쩍 넘은 시점에 다들 처음으로 정년이라는 것을 맞는데."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의 소설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속 이야기다. 최근 정부가 65세 정년연장이라는 화두를 꺼냈을 때 이 소설이 떠올랐다. 인생의 반을 훌쩍 넘은 시점에 누구나 맞이하는 정년.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급속히 줄고 있고, 고령화 시계추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최근 2060년 한국의 총부양비가 103.4명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총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인 15~64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수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2년전에는 같은 조사에서 97.4명으로 전망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년연장'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수많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있다. 일단 정년 기준이 다른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일본은 65세인데 최근 법정 정년을 70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와 터키 뿐이다. 사실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노동환경이 많이 다르다. 다른 나라들은 노동 유연성이 높든지 임금피크제가 활발하든지 어떤식으로든 고용 장치들이 장착돼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세대간 일자리 갈등, 경제적 비용부담, 노후소득 양극화 등의 부작용 목소리 또한 높다. 특히 노후소득 양극화 부작용 문제는 앞으로 더 큰 갈등의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 정년연장은 노후 준비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작용해야 하는데 대기업·공공기관 직원 등에 더 집중돼 노후소득 양극화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양질의 '재취업'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50~60대들이 퇴직 후 갈 곳이 없어 불안한 노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재취업 시장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재교육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말이다. 실제 가까운 일본만 해도 공항부터, 패스트푸드점, 호텔 등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정부가 곧 올 하반기에 어떻게 경제정책을 꾸릴지 청사진을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안에는 어떤 식이든지 '정년연장'과 관련한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먼저 화두를 던졌다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인 구조적 여건을 충분히 감안해 '설익은' 대책이 아닌 노동시장을 효율적일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하면서 정년연장이 이어지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길 기대해본다. 100세 시대에서 50~60세 정년이 ''이 아닌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정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김하늬 정책부 기자(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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