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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부터 판문점까지…'냉온탕' 오간 4개월
노딜 이후 북미 신경전 가열…결국 두 정상 파격 결단
2019-06-30 16:37:29 2019-06-30 18:38:3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회동을 하기까지 북미관계는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 양측은 후속협상에 나섰지만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동시적 이행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는 힘들다'는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결국 정상 간 '빅딜'을 통한 해법 마련에 나섰지만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평화체제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연말을 북미대화 시한으로 제시하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서며 긴장은 높아졌다.
 
미국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송한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며 유엔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 외무성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을 '안보파괴보좌관', '인간오작품'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와중에 북미 양국은 최소한의 협상 여지는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북한 고위관료 숙청설 등에 대해 "어쨌든 상관없다" "보도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계속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남북·북미 간 물밑접촉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3개국 순방 중이던 지난 10일(현지시간) "대화의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고 남북·북미 간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남북·북미 간에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북미 정상은 친서외교로 대화 재개의 물꼬를 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우 개인적이고 따뜻하고 멋진 편지였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지난 23일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은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자리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였던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 표현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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