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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감반 출신 수사관 사망에 새 국면…"피의자 입건 예상했을 것"
조사 대상자 사망으로 수사계획 변경 불가피…사망 경위도 확인 대상에 포함
검찰 내부 "김기현 전 시장 결론 정해져 있다 판단…공범될 것 우려했을 듯"
2019-12-02 16:15:19 2019-12-02 16:15:1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첩보 문건에 대해 수사 중인 가운데 참고인 신분이었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이 숨지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사망으로 수사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며,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도 확인 대상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수사관이 피의자로 입건되는 등 검찰의 수사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전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인 검찰 수사관 A씨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당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고발 사건의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송받은 황운하 청장 사건을 수사 중이다.
 
A씨는 김 전 시장의 첩보를 전달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감찰 업무를 수행했으며, 1차례 울산지검에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생리를 잘 알고 있으니 검찰의 조사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참고인 신분이지만, 피의자로 입건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 들어가는 정문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감반 활동 이후 A씨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로 복귀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유재수 전 부시장의 수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 파견까지 나갈 정도면 잘 나가는 수사관일 텐데, 조직에서 배제된 이후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기현 전 시장의 수사 자체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 방향을 예상해 자신이 공범으로서 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검찰의 압박이 없겠나. 언제든지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사망으로 검찰의 수사는 일정 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사 대상자로 지목받는 당시 민정비서관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조사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속한 수사를 위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만큼 다른 관련자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이송 후 "사건 관계인 다수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신속한 수사를 위해 이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김 전 시장의 측근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대상에는 김 전 시장의 동생, 비서실장 등도 포함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당 소속 단체장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울산지방청장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예방을 위한 대전광역시 공동협의체 발대식이 6월12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려 황운하 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청으로부터 첩보를 보고받은 것은 2018년 1월2일쯤으로 지방선거가 5개월 이상 남은 시점"이라며 "당시 울산청에서 진행한 김 전 시장의 주변인에 대한 수사가 3건이었는데, 어느 경우도 김 전 시장을 직접 대상으로 삼은 것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 중 김 전 시장도 피고발인으로 포함된 것이 있었는데, 지금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하듯이 만약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다면 당연히 피의자로 입건해 소환해 조사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참고인으로 전환하고, 부르지도 않았다. 그만큼 경찰이 조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원우 부원장은 단순하게 첩보를 수사기관에 이첩했다면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백 부원장은 "없는 의혹을 만들어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된다"며 "우리는 관련 제보를 단순 이첩한 이후 그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 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8월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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