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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우리은행 '도 넘은' 망신주기
2018년 금융소비자 실태조사에 DLF사태 끼워넣기…두 은행만 '미흡' 평가
2019-12-17 15:50:54 2019-12-18 18:46:1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일으킨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망신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두 은행에만 '미흡' 등급을 매겼다. DLF의 불완전판매로 금융소비자의 대규모 피해를 야기,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올해 발생한 사태를 작년 조사에 무리하게 끼워넣어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이 17일 68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체계와 기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등급 '우수'는 3곳, '양호'는 36곳, '보통'은 27곳, '미흡'은 2곳으로 각각 나타났다. 금감원은 매년 소비자보호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종합등급(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을 산출했다.
 
이중 '미흡' 판정을 받은 곳은 우리은행, 하나은행이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한 점을 사유로 종합등급을 한등급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미흡 등급을 받으면 자체 개선계획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당초 금감원은 매년 8~9월께 직전연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그러나 올해는 발표 시기를 늦춰 연말에서야 이뤄졌다. 이는 DLF 사태를 일으킨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작년 종합평가가 우수해 발표 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감원이 DLF 사태가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기관들의 평가결과가 우수하다고 발표하면 실태평가 신뢰도 하락은 물론, 소비자들의 원성을 감당할 수 없기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가기간이 작년이고 DLF 사태는 올해 발생했지만, 내부기준 상 평가기간에 발생한 사건을 반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태평가 결과를 업권별로 보면 우선 은행에서는 '우수'가 국민은행 1곳이었고, '양호'는 경남·기업·부산·신한은행 등 4곳이었다. 이어 '보통'이 5곳, '미흡'이 2곳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관련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잘 구축돼 있지만 소비자의 가입목적, 재산 등 상황을 고려한 투자권유 행위는 미흡했다"고 밝혔다. 
 
보험사 중에서는 '우수'를 받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양호'는 교보생명·삼성화재 등 16곳, '보통'은 신한생명 등 13곳이었다. 민원건수가 늘고 자율조정성립률도 낮아 민원 관련 계량평가가 지난해에 비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법인대리점(GA), 전화판매(TM) 관련 판매방식에 대한 불만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용카드는 신한·현대카드 등 '우수' 2곳, '양호' 5곳으로 전 카드사가 모두 종합등급 양호 이상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일부 카드사는 CEO가 소비자보호협의회에 직접 참여해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추진을 독려했다"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고객 불만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민원예방에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과 저축은행은 '우수'를 받은 곳이 없었다. 증권사 중 '양호'가 7곳, '보통'이 3곳이었고 저축은행은 '양호'가 4곳, '보통'이 6곳이었다. 금감원은 "두 업권 모두 민원 건수가 적고 금융사고 등이 드물었다"면서도 "소비자보호 부서를 대부분 소수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보호협의회 운영을 통한 업무 개선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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