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노조 인정한 삼성, '체질개선' 본격화
이재용 부회장 '상생 경영' 일환...위기 극복할 타개책으로 쇄신 나서
2019-12-20 05:57:22 2019-12-20 05:57:22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삼성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비노조 경영’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상생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 삼성이 그동안 노조를 바라본 회사의 시각에 대해 반성하고 건강한 노사 관계를 약속한 것. 재계에서는 최고위급 경영진들의 공백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삼성이 경영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19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의 노사 문화에 전향적인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날 삼성이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비노조 경영 원칙에 대한 폐기를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처음으로 노사 관계가 그동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는 점에 업계의 이목이 모아졌다. 
 
삼성은 고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부터 노조가 없는 회사를 주요 가치로 내걸어왔다. "우수한 근로 환경을 조성해 전 임직원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삼성의 원칙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면서 2012년부터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에 이 문구가 삭제된 바 있다. 
 
삼성의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을 열 새로운 키워드로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 복귀 이후 두달여 만에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소속 수리기사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했고, 반도체 백혈병 근로자들과의 10년간의 분쟁을 종결지었다. 지난달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 영상에서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경영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번 노조에 대한 입장 전환 역시 이 부회장이 또 한번 경영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양대노총인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설립된 이후 노조에 대한 회사의 첫 공식 입장인 만큼 새해에는 임단협 등의 빠른 전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사회적 갈등 해소와 상생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훈 의장의 공백으로 삼성의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가 담긴 이사회 운영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이 이사회의 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의장의 겸직을 금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만큼, 향후 이사회 의장석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가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